[시론] 글로컬대학으로 가는 길
[이국헌 신학과 교수]
2023년 고등교육 현장의 핫 이슈 중 하나는 ‘글로컬대학 30’이다. 이 프로젝트가 발표된 것은 지난 4월 18일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국가균형발전에서 지방 대학의 역할 및 국가적인 재정 지원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무한경쟁 체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 동안 대학이 창의적 혁신을 통해 지역 기반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당 향후 5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5월 31일에 마감된 이 글로컬대학 지원 사업에 108개 대학이 지원했고, 그 중 27개교는 통합을 전제로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금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 사업에 어떻게 선정될 것인가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책적 차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 사업이 실제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프로젝트가 내세운 글로컬대학이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지방 대학을 의미한다. 이 명칭에는 두 가지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그 첫째 목표는 대학이 지역 기반의 관산학 협력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의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며, 둘째 목표는 그런 변화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요구된다.
첫째, 대학의 혁신이다. 지역의 대학들이 글로컬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감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혁신의 대상에는 학사 구조, 교과과정, 교수 및 학습 방법, 교육 성과 관리와 같은 내용은 기본이고, 글로컬대학으로서의 새로운 발전 전략 및 특성화 계획을 포함한 대학 경영 및 거버넌스 전체가 포함된다. 이러한 혁신 과제를 몇 개월 안에 계획해 추진하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둘째, 예산이다. 대학이 관산학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 연구 기술을 창출하며, 창업 등의 혁신 방안을 통해 지역 경제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획이 필요하다. 게다가 기획을 구현할 막대한 재정도 요구된다. 정부는 이 같은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1차년도에 50억 원, 2차년도에 100억 원씩 5년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예산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 대학으로서 도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각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 이외에 특별 재정을 확보해 이 일을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새천년 이후 정부는 다양한 재정지원 사업(CK, CK-II, ACE, ACE+, LINC, LINC+)을 통해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주도해왔다. 이 사업들이 대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어느 정도 대학 혁신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재정 지원 사업들이 대부분의 대학들을 글로벌 수준의 대학으로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재정 지원 사업 이후에 여러 대학들은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대학마다 추진한 혁신 사업들을 고도화시키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런 경험에 비춰볼 때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만간 이 사업에 참여할 예비 대학들이 지정될 것이며, 해당 대학들은 위의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 대학들이 글로컬 대학으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고등교육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길에 들어서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왕에 나선 길이라면, 글로컬대학 사업이 요구하는 과감한 혁신과 개혁에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그 혁신에는 진정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사랑이 없는 혁신은 잔인하고, 혁신이 없는 사랑은 진부하다. 글로컬대학으로 가는 길은 민주적 절차와 방식에 따른 과감한 혁신이 요구되는 정교한 길이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48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