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코 리터러시 교육’도 중요하다
[이국헌 신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한 시점에서 교육계의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였다.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은 과거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단순한 문해력을 넘어서 이 시대를 이끌어갈 가장 유용한 능력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각 대학은 컴퓨팅 사고력, 코딩, 디지털 리터러시 등을 교양 필수 과목에 포함시켰다. 특별히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표방하는 대학들의 경우 이런 과목들의 운영은 필수 요건이 됐다. 특히 올해 챗GPT의 등장과 더불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더 고도화되고 있다.
유발 하라리가 제시한 기술인본주의의 시대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핵심 역량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인 대외 환경을 고려할 때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은 기초 교양의 수준에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필수 과정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없다. 덴마크 출신의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은 일반 문해력에 기초한 근대사회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한 정보기술 사회로의 발전으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인류 문명의 미래 전망은 유토피아적 희망보다는 디스토피아적 불안 요인이 더 커 보인다. 그 대표적 현상이 바로 기후 변화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위기다.
인류가 직면한 이같은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는 ‘에코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에코 리터러시(Eco Literacy)란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가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의 양식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제인 구달은 자연이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오늘날 인간의 환경 파괴 수준은 그 회복력이 임계점에 가까웠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기후 변화의 영향은 인간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에코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해졌다. 이제 모든 대학은 디지털 리터러시에 집중하는 만큼 에코 리터러시에도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인류의 미래이자 대학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에코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최근 정부와 민간 기업의 신산업 전략에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미래 먹거리 산업 신성장 전략에서 6대 산업으로 에너지, 바이오, 탄소중립 대응, 방산우주항공, 인공지능(AI), 스마트 농업 등을 제시했다. 미래 신성장 전략에 등장한 6대 산업 중 무려 4가지가 에코 리터러시와 관련이 있다.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도 미래 신사업 투자 대상으로 반도체, IT와 더불어 바이오를 핵심 먹거리로 정하고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바이오-에코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줄 핵심 분야에 속한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대학은 에코 리터러시 교육을 기초 교양과정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비 억제와 재활용, 공유 경제 참여, 화석 연료 사용 제한과 친환경 에너지 활용, 탄소발자국 관리, 로컬푸드 이용 등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윤리적 책임 의식을 지닌 시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바이오-에코 특성화를 통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 특화 사업에는 지자체와 산업체와 대학이 연계한 프로젝트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리터러시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생명과학의 발전과 에코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이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기 위한 시민의식과 기술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56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