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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재정의 진실을 말하자

2020.10.28 조회수 7,171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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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내년도 국가 예산을 의결하는 국회 예산심의 일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부 예산안이 가시화됐다. 2021년 교육부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6015억원이 증가한 76조3332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고등교육 예산은 11조1379억원으로 올해 대비 3093억원이 증가한다. 예산의 증가율은 2.9%로 올해 예산 증가율인 7.2%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지난해처럼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좀 더 증액될 가능성은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더 어려워진 대학들의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고등교육을 지원할 넉넉한 예산 편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 예산은 GDP 대비 평균 1.2% 수준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0.6% 수준(2020년 기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 정도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고등교육 예산이 GDP 대비 1% 정도까지는 배정돼야 하는데, 2019년 국내총생산이 1914조원임을 감안하면 19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현재 편성된 예산보다 8조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고등교육 예산 편성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번 고등교육 예산은 기존의 사업 항목인 지역혁신 인재 육성, 학문후속세대 양성, 근로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지원 외에 대학 분야 디지털 뉴딜 항목이 추가됐다. 이 항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서 디지털 뉴딜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분야의 디지털 뉴딜 지원 정책에 따른 예산을 일부 편성했다. 우선 디지털 혁신 인재 양성에 1448억원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신기술 분야 인재를 양성할 혁신대학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혁신 공유대학 지원 예산으로 1048억원을 편성했다. 디지털 혁신 공유대학이란 전공에 상관없이 신기술과 관련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대학 간 협업을 통한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이 외에도 4차 산업혁명 혁신 선도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400억원을 편성했다.

고등교육 예산의 내용과 규모가 드러남에 따라 사업비 유치를 위한 각 대학들의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별히 이번에 신규 배정된 디지털 뉴딜 분야의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각 대학들이 적극 참여할 것이다. 대학마다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 프로젝트를 계획할 것이며, 지역 단위별 공유대학 프로젝트와 신기술 분야에서의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 구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대학에 진입하기 위해서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대학 경쟁력 강화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업비를 수주하지 못할 대부분의 대학의 경우 부족한 자체 재정으로 디지털 뉴딜 분야의 교육 혁신을 이끌고 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뉴딜이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렇게 볼 때 특별 사업비를 통한 재정 지원 정책만으로는 교육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가기에 한계가 있다.

고등교육 예산에 대한 대학의 일반적인 입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고등교육 예산이 OECD 국가 평균(1.2%)에 맞춰 GDP 대비 1%까지는 상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당장은 요원한 일이겠지만 매년 1조원 이상 증액해 5~10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의 재분배를 통해서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는 대학기관평가인증제도를 강화해서 인증받은 대학들에 일정 예산을 지원하는 일본식 교부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사업 지원비 방식의 재정 지원은 각 대학들의 특성화에 따른 자율 교육혁신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가 있으며, 규모도 너무 적다. 이에 대학은 예산의 확대와 교부금 제도 확립을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다.

셋째는 등록금 동결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장학금 제도 등을 통해서 반값 등록금이 어느 정도 실현됐기 때문에, 이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적정한 교육비를 책정해 대학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마련할 때가 됐다. 2021년 고등교육 예산을 보면서 대학재정에 관한 진실담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7337

최종수정일 :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