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따게오삼육학교 소식지

조금 늦은 소식지를 정성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매일매일 아이들은 성장하고
그 과정속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은 늘 순수함에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말썽 부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비록 처음은 놀람과 분노와 걱정등으로
순간이 차가울지라도
그마저도 찬찬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가장 가까이 함께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꼴지워 진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혹, 주변 상황의 혼란으로
아이가 끊임없이 방황할 때
가장 가까운 어른은 흔들리지 않아야 함을,
그래서 끝까지 그 자리에 한결같이 있어주어야 함을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알았습니다.
아이는 방황할 지라도 그 곁의 어른은
언제든 아이가 돌아올 수 있는
곁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매일의 일상을 같이하는 청소년기의
아이들 이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그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곁이 되어주어야 함을 오늘도 되새깁니다.
이 학교가 그리고 이 곳의 어른들 모두가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곁이 되기를 기도하며
백 일곱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캄보디아 따게오학교

아직 우리의 나이가 그 정도로 나이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두 딸아이 모두 집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꿈을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가는 길에
부모로써 해 줄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과 울타리가 되어주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아이가 떠나고
집은 어찌나 조용한지 한동안 마음이 참 허전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지 스물 여섯이나 먹은 큰 딸 “반니”가
(캄보디아 아이로 고아이고 정식입양은 아니지만 한 가족이 된지 십년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방은 그냥 두고 저희 집 빈방으로 들어와 밤마다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와서 자라고 한것도 아닌데 마치 이 엄마의 비어버린 마음을 읽은 양
옷을 갈아입으러 제 집으로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항상 제 옆에서 또 남편의 옆에서 딸 노릇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이 오시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바쁜 저희를 위해 집을 안팎으로 돌보고
학교의 학생들을 제 동생들마냥 돌보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일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엔
항상 그 아이가 저희를 맞이합니다.
저와 함께 빵공장에서 빵을 만들고
조깅을 하는 아빠 옆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기도 하고
울적한 날엔 제 옆에서 수다쟁이가 되어 이런저런 대화들로 저를 웃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방에 사는 스무 살 아들은 ( 고아이고 이 아이도 가족이 된지 십년이 되었습니다.)
예비 며느리가 될 여자친구를 종종 데리고 와서
마치 매일이 명절인 것 처럼 집안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배 아파서 낳은 아이들의 빈자리를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도 없이, 어쩌면 외로울 수도 있는 외국에서의 삶을
빛나고, 풍성하고, 또 따뜻하게 하는 것은
우리를 부모로 마음에 들여준 이 아이들 덕분입니다.
이 아이들 또한 언젠가 자신들의 가정을 꾸리고 또 그렇게 떠날 아이들이지만,
오늘, 이 순간에 한 공간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는 것에 그저 감사합니다.
누군가는 우리에게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돌보는 일이 훌륭하다 말하지만,
사실은 그 아이들이 이제 중년에 접어들고 노년으로 가는 우리의 삶에
따스한 온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순간에 이 곳에 이 아이들과 함께 있음에 또 감사합니다.
그렇게 따스한 아이들의 사랑을 담아 캄보디아에서 백 여섯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캄보디아 소식 (103호)

캄보디아 선교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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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추우니 캄보디아도 춥습니다.
가지고 있는 긴팔 긴바지 그리고 최대한 따뜻한 옷으로 중무장을 해보지만
여전히 콧물을 훌쩍이며 최대한 바람을 피해봅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그저 선선한 가을 날씨에 불과하지만
평소 섭씨 35도에서 40도를 웃돌던 날씨에 살던 우리는
이 선선한 날씨를 캄보디아의 한파라고 표현합니다.
다행히 한낮이 되면 다시 뜨거운 해아래 몸을 녹일 수 있기에
아침 저녁으로만 추우면 되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제 밤, 학생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시간이 너무 늦어버린 탓에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외딴 곳에 있는 외딴 집에 나무를 덧대어 만든 벽에서는 밤새도록 찬 바람이 스며들었습니다.
찬바람에 들썩이는 양철지붕은 밤새도록 울음 소리를 내고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곳이기에 간단히 세수만하고 남편과 함께 서로의 체온을 의지해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몸은 불편하고 등이 시리도록 추우면서도
마음은 그리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기가 없는 정글이지만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화장실이 없는 자그마한 움막같은 곳에서는 어두움속 사방 어디든지 화장실이 되었습니다.
가난하고 조촐한 장례식에서는
인생의 처음과 그 끝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소박한 시골 사람들로 가득찼고,
사람들의 작은 흐느낌과 간간이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장례식은 하루 반만에 끝이 났습니다.
재림의 소망을 가지고 잠드신 아이의 아버지와
그 소망때문에 평온을 유지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때때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소망하고, 너무 많은 것에 실망하며,
그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살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장례식에 참석하며 볼 수 없었던
모든이의 평안이 깃든 그 장례식에서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침부터 몰아치는 찬바람은
사방이 막힌 곳으로 잠깐 몸을 두어 피하고,
대낮이 되어 해가 나면 다시 사방이 트인 곳으로 나와 따스함에 내 몸을 두는 일.
죽음마저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평온을 유지하는 그 사람들속에서
살면서 내게 휘몰아치는 많은 일들에
조금은 더 단순해져보리라 그리고 더 감사해보리라 마음먹어봅니다.
2023년 새해, 많은 문제들 앞에 따뜻한 평안이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있을 우리의 끝이 평안이라는 이 한단어로 마쳐지기를 기도합니다.
평안과 감사함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하며 백 세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캄보디아 따게오학교 소식

캄보디아 따게오학교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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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선한 공기를 머금고 있는 계절이 왔습니다.
그런 계절에 눈을 높이 들어 보면 하늘은 청명하고 망고나무에는 망고꽃이 흐드러집니다.
이렇게 망고나무에 꽃이 그득할때는 하늘 높은 곳에 올려놓은 연이 오래도록 떨어지지 않을만큼
바람이 거세지고, 연을 날리는 아이들은 그 바람을 쫒아 하루종일 들판에서 하늘만 쳐다보며 놉니다.
그리고 그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망고꽃들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그와중에 여전히 매달려 있는 망고꽃들은 결국 콩알만한 작은 망고가 되어 커지기 시작합니다.
망고꽃은 꼭 한국의 밤꽃과 비슷해서 피기 시작하면 나뭇잎을 다 가릴 정도로 풍성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그 꽃이 다 망고로 열매맺기를 원하지 않는 듯 몇번의 바람에 한두번의 소나기에 약한 꽃들을 다 떨구어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매달려 있는 꽃들이 열매가 되는것을 허락합니다.
거센 바람에도, 강한 빗줄기에도 일단 작은 멍울이 된 망고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이제 커다란 망고가 될 준비를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그 망고 말입니다.
그렇게 4개월후, 이제는 더이상 시원한 바람도 불지않고 더 이상 비도 내리지 않아서 대낮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돌면 그때서야 망고나무는 커다란 망고들로 그득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년중 가장 더운 때, 일년중 가장 메마를 때, 망고나무는 온 힘을 다해 키운 망고를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그런 망고나무로 그득한 따게오 삼육학교가 이제 신학기를 시작합니다.
망고나무로 비유하자면 일년의 농사가 끝나고 망고 열매의 수확이 다 끝나 이제는 가지의 끝에서 연붉은 새잎이 나오는 시기 입니다. 연한 잎인 신입생들과, 적어도 한번쯤은 열매를 맺거나 꽃을 피워본 적이 있는 가지들인 재학생들, 그리고 그 중심 줄기가 되는 선생님들과 선교사.
일년이 지나 다시 노란 망고가 열리기까지 우리는 일년간 또 고군분투 할 것입니다.
연한 새잎들은 나무에 오른 아주 작은 개미의 발자국에도 상처 받을 것이고, 지난해 열매 맺는것에 지쳐 다시 일년을 시작하는 것이 마음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아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흰개미떼의 공격으로 그 중심줄기가 썩어버리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뿌리를 하늘에 계신 분께 고정하고 있는 한 우리는 온갖 시련에도 다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거센 바람에도, 강한 빗줄기에도 떨어지는 꽃잎이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끝까지 가지에 붙어서 꼭 커다란 망고로 열매맺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항상 푸르르기를 소망하는 마음과 함께 응원과 기도를 흠뻑 기대하며 백한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캄보디아 따게오학교 소식지 100호 (동영상)

안녕하세요.^^
캄보디아의 갈렙센터 그리고 그 안의 따게오 삼육학교에서 보내드린 소식이
어느덧 100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기도와 응원과 도움으로
많은 아이들이 잘 성장하여 사회로 나갔고,
또 지금도 끊임없이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100번째의 소식이기에 더욱 더 특별하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그 감사한 마음을 글로는 온전히 전해드릴 수 없기에
짧은 영상으로 인사를 올립니다.
돌보아주심에, 기도로 응원해주심에, 마음으로 애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캄보디아 따게오 삼육학교 홍보소식

캄보디아 따게오 삼육학교 홍보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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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에 작은 장미나무 화분을 여러개 구입했습니다.
장미가 열대식물이 아니라 그런지 캄보디아에서는 흔히 볼 수 없기에
시험삼아 조금 키워보자 하던것이 화분만 스무개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한 두그루의 장미나무가 병이 들이 시작하더니 점점 퍼져서는 모든 장미 화분이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버렸습니다. 아무리 물을 잘 주고 햇빛 아래 내어놓아도 잎들은 말라서 떨어지고 간혹 피는 꽃은 예쁘기는 커녕 ‘나무가 저 모양인데 꽃은 왜피워?’ 라는 말이 나올만큼 초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화분 속에 물이 너무 많아서 뿌리가 속에서 썪어가면 저렇게 나무가 잎이 마른다고..그러니 나무를 다 뽑아서 흙을 다 털어내고 그 뿌리를 물에 담가 새 뿌리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면 나무가 살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화분에서 장미나무를 뽑아 흙을 다 털어내고 깨끗한 물로 말끔하게 뿌리를 씻은 후나무뿌리를 자작자작한 물에 담가 놓았습니다. 물이 조금 더러워지면 그 물을 새 물로 갈아주기를 수회, 그렇게 한달 이상이 지나고 나니 새하얗게 뽀얀 잔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상상도 못했는데 어떤 나무는 그 작은 잔뿌리를 의지해 안피우던 꽃까지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난 나무를 더이상 화분에 가두어놓지 않고 거름진 땅으로 옮겨 심어주었더니 연두색 파릇파릇한 잎들을 무성히 선보였습니다. 누가보아도 “ 나는 지금 너무 기분이 좋아요.” 하는 표정으로 땅속에 새 뿌리를 내리면서 말입니다.
사실은 다 죽어가는 나무였습니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화분그대로 남겨두었다면 이미 죽었을 나무 이지만 오염된 흙과 답답한 화분을 벗어나서 새로운 물을 만나 새로운 뿌리를 내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땅에서 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따게오 삼육학교에서는 11명의 생명이 새롭게 태어나는 침례식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나온 성장 과정과 환경 때문에 앙상해져버렸던 장미나무들 처럼 그들의 뿌리도 썪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1명의 아이들은 이제 묻어있던 흙들이 모두 씻겨지고 새로운 물을 만나 작은 뿌리부터 새로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들이 조금 더 커지면 세상이라는 곳에 심겨져서 더 견고하게 서있을 수 있는 아름다운 나무들이 될 것입니다. 때로 태풍도 오고 혹은 병충해로 힘든 시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많은 시련 속에서도 더 견고하게 서있을 수 있는 튼튼한 뿌리를 가진 나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곳 따게오 삼육학교에서 더욱더 튼튼한 뿌리를 만들어 세상에 나가 심겨지기를 소망합니다. 그 기도와 소망을 담아 아흔 다섯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함께 힘을 다해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