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뽀인터뷰] 1년 6개월 만에 세무사 동차 합격… 비결요? “할 때 하자”
[취뽀인터뷰] (3) 세무사 60기 전경현(경영 15학번) 동문
흔히 수험가에서는 세무사 시험의 평균 합격 기간을 3~4년으로 본다. 하지만 실제로는 5년 이상 장수하고도 끝내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해 수험가를 떠나는 이가 부지기수다. 얼마 전에는 9년 만에 합격한 한 수험생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우리 대학 전경현(경영학과 15학번) 동문은 1년 6개월 만에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것도 같은 해에 1, 2차 한 번에 합격한 동차 합격이다. 참고로 그해 2차 시험 응시자 6317명 중 합격자는 단 718명이었다. 합격률은 불과 11.36%.
“애초부터 최대 2년 보고 시작했어요.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길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적은 나이도 아니라 안 되면 빨리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 했고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전문직 시험을 1년 6개월 만에 합격한단 말인가.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졸업 후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한 전경현 동문을 만났다.
─ 수습 기간이라고요.
“합격자 발표는 작년 11월에 났어요. 이력서만 거의 한 달 내내 쓰다가 광진구에 있는 세무법인에 합격해서 6~7개월 정도 수습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수습 마치고 다른 세무법인에 입사하려고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어요. 수습 때는 기장이라는 업무를 했는데 좀 생소했어요. 아무래도 책에서만 보던 것과는 많이 달라서 애를 좀 먹었죠.”
─ 합격 확인한 순간이 기억나세요?
“공부 기간이 짧고 떨어질 각오도 많이 하고 있어서 엄청 큰 감동이 있진 않았어요. 비교적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눈물이 조금 나긴 하더라고요.”
─ 가족들 반응은.
“같이 껴안고 울었습니다.”
─ 많이 울었어요?
“한 10초 정도 (웃음).”
시험의 달인, 세무사에 도전하다
─ 왜 세무사 시험에 도전했나요?
“원래는 사기업 중견 이상 혹은 대기업 회계 직군을 생각했어요. 4학년이 되면서 취업하려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어요. 전산세무, 전산회계, 재경관리사, TAT, FAT, ERP 등. 6개월 만에 다 땄어요. 그러니까 주변에서 ‘너는 시험에 강한 것 같다. 전문직 한번 공부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 그래도 전문직 시험은 쉽지 않은 도전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나요?
“굉장히 컸어요. 고민을 좀 오래, 한 달 정도 했어요. 그러다 기출문제를 한번 봤는데 물론 당장은 못 풀겠지만, 공부하면 못 할 건 아니겠다 싶었어요. 결심이 들자마자 바로 공부 시작했습니다.”
─ 다른 전문직 시험을 고려하진 않았나요?
“우선 회계랑 세법이 익숙했어요. 관련된 자격증인 회계사와 세무사 중에 고민했는데, 비교적 단기간 내에 끝낼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 세무사에 도전했어요.”
─ 원래 회계, 세법을 좋아했나요?
“1학년 때 임태종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회계원리’를 들었어요. 회계를 처음 접했는데 수업이 정말 재밌고 잘 이해되더라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임 교수님 강의력이 엄청 좋으세요. 학원가에 계셨을 때부터 전설적인 분이라, 선배 세무사분들은 다 아시더라고요. 이후에도 경영학과 수업 중에서 중급회계, 원가회계, 관리회계 등 회계 과목이 재밌었어요. 임 교수님 덕분에 회계에 흥미를 갖고 결국 세무사까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법도 좋아했고요.”
─ 완전 세무사 시험 과목이네요.
“네 맞아요. 반면 마케팅이나 경제학은 공부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회계나 세법처럼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 1년 6개월 만에 합격했다고 들었습니다.
“2022년 2월에 졸업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해 5월 1차를 봤는데 떨어졌어요. 그리고 다음 해에 1, 2차 동차 합격했고요.”
─ 애초에 수험기간을 짧게 가져가려고 했나요?
“최대 2년 보고 시작했어요. 첫 번째 이유는 공부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길게 하고 싶지 않았고요. 둘째는 적은 나이가 아니었어요. 대학 생활하던 중에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고 졸업하고 한 거라서 취업 준비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안 됐어요. 하다 안 되면 빨리 포기해야 하니까요.”
‘회계·세무’는 1차 때부터 꼼꼼히
세무사 시험과목은 1차는 △재정학 △세법학개론 △회계학개론 △상법·민법·행정소송법 중 택1 △영어 등 5과목이다. 영어는 공인어학성적 제출로 대체되며, 나머지 4과목은 객관식 5지 택일형으로 치러진다. 2차는 △회계학1부 △회계학2부 △세법학1부 △세법학2부 4과목인데, 1차와 달리 주관식 서술형이다.
1차와 2차 시험 모두 과목당 100점 만점에 40점 이하면 과락이다.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나오면 해당 시험은 전체 불합격 처리된다.
─ 1차 전략과 공부법은?
“수험가에서는 1차에서 선택과목(상법·민법·행정소송법 중 택 1)에서 고득점을 받고, ‘회계’나 ‘세법’은 과락만 면하라고 많이 해요. 그런데 세무사 시험에서는 ‘회계’와 ‘세법’이 2차와 연계돼서 매우 중요하다 보니, 1차 때부터 꼼꼼히 공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강도 기본강의 듣고, 심화강의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심화도 들었어요. 심화 강의를 보통 1.5차라고 해요. 1차 문제보다 조금 더 어려운 걸 풀지만, 2차 문제도 조금씩 다뤄주거든요. 나중에 2차 공부할 때 1차 심화강의에서 들었던 내용들이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1차 시험 볼 때도 좀 더 어려운 문제를 다뤄봤으니까 조금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 2차 전략과 공부법은요?
“2차는 버릴 거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했어요. 그런데 다 버리진 않고 중요한 키워드는 최대한 가져가려고 했어요. 2차는 주관식이라서 최소한 2~5점은 받으려고 했어요. 강사분들이 중요한 문제, 덜 중요한 문제를 짚어주는데, 안 중요할수록 키워드 위주로 설명해 주세요. 그러면 그걸 버리지 말고 키워드만이라도 갖고 가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1차 붙으면, 보통 그해에 보는 2차는 버리고 다음 해로 유예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근데 저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떨어지더라도 좀 노력을 다해서 2차를 보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 공부 방식은 주로 어떠했나요?
“집에서 인강을 들으면서 했어요. 모의고사만 학원에서 가서 봤습니다. 강의는 1.6배속 정도로 들었어요. 물론 이건 강사마다 말하는 속도가 달라서 조절하면서 들었고요. 나중에 반복해서 들을 때는 2배속으로도 들었어요.”
─ 수험기간 하루 루틴은요?
“아침 8시 정도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9시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12시까지 했어요.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까지 공부하다가 헬스장 갔다 와서 저녁 먹고 밤 9~11시까지 공부했습니다.
금요일에는 저녁 6~7시까지만 공부하고, 밤에는 놀았어요. 다음날 토요일 오전에 좀 힘들면 날리기도 하고, 주말에는 좀 유동적으로 가져갔어요. 강박감을 안 가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 잠을 아주 충분히 잤네요. 장기전이라 그랬던 건가요?
“장기, 단기 둘 다 마찬가지예요. 잠을 많이 잤을 때랑 아닐 때랑 두뇌 회전하는 게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 아픈 것도 없고, 기억력도 더 오래 가고요. 8시간 정도는 자려고 노력했어요.”
─ 스톱워치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순공 시간’을 재거나 하진 않았나요?
“안 했습니다. 공부하는 데 오히려 방해되더라고요. 그런 걸 틀어 놓으면서 오늘은 공부 시간이 딸리네, 넘어섰네 이러는 거 자체가. 책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런 걸로 빠지면 안 좋다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재진 않았지만 하루 순공부시간이 9~10시간 정도는 나왔던 거 같아요.”
놀고 싶어서 공부했어요
─ 수험 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스트레스 관리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매일 헬스장 가고 풋살도 많이 하러 다녔습니다. 여자친구도 계속 만났어요. 노는 것도 좋아해서 금요일마다 친구들 만났고요. 중간에 해외여행도 갔습니다. 다만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겠죠. 해야 할 공부를 확실히 해야지, 먼저 놀고 공부하자 이건 아닙니다. 그리고 강박을 가지지 않아야 합니다.”
─ 강박이요?
“오늘은 무조건 진도를 어디까지 나가야지, 아니면 점수를 몇 점 이상 꼭 받아야지 이런 강박이요.”
─ 그런 게 있어야 하지 않나요?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정말 심하게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연애도 했다고 하셨는데, 수험생에게는 독(毒) 아닌가요?
“지금 여자친구와 5~6년간 만났고 수험생활 중에도 계속 만났어요. 주말마다 데이트했고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당연히 싸우면 에너지 소모도 있고 안 좋죠. 대신 좋은 것도 당연히 있습니다. 여자친구로 인해 동기부여가 됐어요. 빨리 붙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자친구였으니까요. 공부하려고 연애 하지 말라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말씀드렸듯 강박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해요.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 노는 거 좋아하면 공부에 대한 의지가 생기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놀고 싶어서 공부했어요 (웃음). 돈 열심히 벌어서 놀아야지. 더 맛있는 거 먹고, 더 비싼 거 먹고, 더 좋은 데 가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그러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빨리 합격해야 빨리 돈 벌고 빨리 즐겁게 살 수 있으니까요.”
─ 자신만의 특별한 공부법은.
“딱히 방법 같은 건 없어요. 그냥 강의 듣고 복습하고 그게 답니다. 유튜브에 찾아보면 공부방법 많은데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거 찾아보면서 이거 해보고 저거 해보고 하면 시간 다 날려요.”
─ 자신의 수험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잠시 생각하더니) ‘할 때 하자’. 잘 때 많이 자고, 운동할 때 운동하고, 놀 때 열심히 놀고, 공부할 때 집중해서 공부하고, 연애할 때는 연애하고, 여행 갈 때는 여행 가고. 뭐든 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학과 복수전공 필수는 아냐
─ 수험기간 뭐가 가장 힘들었나요?
“반복되는 루틴이요. 아침에 똑같이 일어나서 강의 듣고, 밥 먹고, 운동 갔다가 공부하고. 1~2달도 아니고 1년 넘게 가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이런 루틴한 생활을 처음 해봤는데 제가 생각보다 그런 걸 되게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중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집에서 공부하다가 어느 날은 카페에서 하고,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쉬고, 이렇게 유동적으로요.”
─ 어떤 사람한테 세무사 시험이 잘 맞을까요?
“전문직 시험처럼 좀 오래 가져가야 하는 공부는 기본적으로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것. 1시간 하고 쉬러 가고, 이러면 오래 못 해요.”
─ 이런 사람은 도전을 말리고 싶다고 하는 건.
“할 거 없어서 하는 친구들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장기간 공부가 필요하다 보니 중간에 지치는 시간이 분명히 올 겁니다. 그런데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금방 포기할 거예요. 그러면 그 아까운 시간 날리는 거잖아요. 확실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중간하게 할 거면 도전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 타과생이라면, 경영학과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이 도움이 될까요?
“회계나 세법 수업을 들으면 세무사 공부할 때 베이스를 깔고 들어가는 거니까 도움은 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복수전공이 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차피 세무사 강의를 들으면 기초부터 알려주거든요.”
─ 고시반은 안 들어갔나요?
“졸업생도 고시반에 들어갈 수 있는 걸 몰랐어요. 후회되는 것 중 하나예요. 가능하면 들어가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인강비가 되게 비싼데 지원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 세무사를 목표로 하는 재학생이라면, 졸업 후 전업 수험생이 되기 전까지 재학 중 어떤 걸 하면 좋을까요?
“최소한 1차 정도는 합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으면 좋을 거 같아요. 의지만 있다면 학교생활 하면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면 졸업 후에 단기간에 붙을 수 있고 전체 수험기간을 확 줄일 수 있으니까요.”
─ 최근 전문직 시험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매년 지원자가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 지원자 중에는 공부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허수도 굉장히 많을 거예요.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본인이 그 허수가 되지 않게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세무사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근무세무사로 몇 년 일하다가 나중에 개업하는 게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갖춘 세무사가 되고 싶어요. 세법뿐만 아니라, 노동법, 4대 보험까지 전부 아우를 수 있는 세무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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