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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족의 키워드] 여덟 번째 계단, 통합성

2019.01.21 조회수 4,562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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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교수의 <행복한 가정의 키워드>

‘행복한 가족의 키워드’라는 주제 아래 시작한 연재를 어느덧 마무리하는 12월이 되었다. 자율성을 존중하고 유대감도 추구하는 가족 관계, 혼자 있어도 즐겁고 함께 있으면 기쁨이 배가되는 행복한 가족의 원리를 한 해 동안 탐구해 보았다. 일과 사랑의 균형은 물론 평생의 대인 관계를 좌우하는 ‘애착’과 인생의 매 계단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발달 과업’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발달 과업의 마지막 계단을 살펴보면서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인생의 황금기

당신의 ‘황금기’는 언제였는가? 이 질문을 듣고 체력과 지력이 왕성한 청년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임과 근심이 비교적 적었던 어린 시절을 황금기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재물이 가장 많았던 때 혹은 권력이 가장 컸던 때를 인생의 절정기로 기억할 것이다. 반면 지금이 황금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노년기’는 황금기인가? 노인은 ‘외롭고 아프고 돈 없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인 노인의 성격 특성을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울적한 기분이 증가한다. 몸의 질병, 배우자와의 사별, 노년기의 빈곤, 외로움과 고립, 인생에 대한 후회 때문에 울적한 마음이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잠을 못 이루고 체중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인생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에 집착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와 증오심을 폭발할 수도 있다.

둘째, 내향성과 수동성이 증가한다. 체력이 저하되고 거동이 불편해짐에 따라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고, 실내 활동을 선호하게 되며,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셋째, 성호르몬 비율이 변하면서 젊었을 때에 비해 남성은 여성성이, 여성은 남성성이 증가하게 된다. 넷째, 경직성이 증가한다.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익숙한 방법을 고집한다. 다섯째, 조심성이 증가한다.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실수하지 않으려다 보니 천천히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된다.

‘젊음’과 ‘돈’을 신성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노년기를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옛 시인도 “늙는 길은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은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고 탄식한 것을 보면 ‘늙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지상정인 것 같다. ‘늙음’을 ‘죽음’의 전조로 보거나 젊음을 가지고 있다가 서서히 잃어 가는 상실감 때문에 사람들은 늙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행복한 노년기

그렇다면 노년기에는 행복하기 힘든 것인가? 주변을 보면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백세 시대에 우리 모두는 꽤 긴 노년기를 보내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행복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가?

‘늙다’의 어원을 찾아보니 ‘해(시간)가 익어 간다’라는 뜻이 있다. 해가 갈수록 숙성되어 깊은 연륜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세 시대를 사계절로 나눠 본다면, 50~75세를 가을, 75~100세를 겨울로 볼 수 있다. 풍성한 수확물을 거두고 만추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때가 인생의 가을이요, 다음 세대를 위하여 동장군 같은 훈계로 해충을 몰아내고 지혜의 함박눈을 선사하는 때가 인생의 겨울이지 않겠는가. ‘노인(老人)’의 어원에는 ‘얼이 깃들어 허리가 굽어진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정신력은 최고봉에 이르렀지만 몸과 마음에 겸손이 배어 있는 시기가 노년기인 것이다. 위대한 지성인들 가운데는 노년기에 최고의 업적을 이룬 이들이 많다. 노인은 젊은이보다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통찰력은 앞서고, 지식의 양은 뒤처지지만 지혜는 풍부하다. 이와 같이 노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노년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늙음’을 발음하는 대로 적으면 ‘늘금’이다. 노년기는 ‘늘 황금기’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정신과 전문의였던 이근후 박사가 78세에 출간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는 행복한 노년기를 위한 충고들이 담겨 있는데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 나이 들면 약해진다고 생각하지 말라.
– 자식의 인생에 절대 간섭하지 말라.
– 돈과 함께 마음도 준비하라.
– 젊은이를 가르치려 들지 말라.
– 오늘을 어제의 기분으로 살지 말라.
– 인생에서 허락된 느린 속도를 즐기라.
– 가장 좋은 친구인 배우자와 함께 즐기라.
– 말하기보다 들으라.
–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라.

여덟 번째 계단, 통합성

인생의 여덟 번째 단계를 에릭슨은 ‘통합감 대 절망감’이라고 명명했다. 이 시기는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 시기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회상하면서 힘차게 걸었던 발자국, 힘들어서 주저앉았던 흔적, 기쁨에 겨워 환호했던 모습, 슬픔에 잠겨 있던 장면들을 모두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이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경험들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을 에릭슨은 통합감을 이룬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은 실수와 고생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이었다고 평가하며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박사처럼 “사랑이 있는 고생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고백하게 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왜 그런 가정에서 태어났나, 왜 그런 학교에 다녔나, 왜 그런 친구들과 어울렸나, 왜 그런 배우자를 만났나, 왜 그런 직장을 다녔나 한탄하며 후회막심해한다. 이런 사람들은 실수와 고생에 집중하면서 이를 돌이키고자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절망에 빠지고 만다.

성경에는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언 16장 31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린도후서 4장 16절)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갈렙 장군은 여든 살에도 평지가 아니라 산지를 정벌하겠다는 도전 정신을 유지했다. 노년기에도 행복하고 싶다면 백발과 겉사람의 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일부로 통합하되, 감사와 겸손한 마음으로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성화(聖化)의 삶을 살고 공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지가 아니라 산지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와 지인과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다음의 글같이 인생을 마무리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 혼자만 울었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은 미소 지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 혼자만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은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세요.”

그동안 함께 생각해 본 행복의 원리들을 잘 활용하여 우리 모두 복을 많이 발견하는 행복 탐험가와 복을 만들어 가는 행복 건축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정성진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97&item=&no=17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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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