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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달콤한 유혹, 쇼핑 천국에 사시나요?

2024.04.18 조회수 917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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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순 상담심리학과 교수]

“자기야 나 오늘 캠핑 용품 세트 주문했어.” 미리 의논 한마디 안 하고 덜컥 물건부터 주문한 남편에게 “이번에 캠핑이 처음이니까 우리가 경험을 하고 난 후에 필요한 것을 사면 되지 않을까?”라며 불편한 마음을 애써 눌렀다. “내가 사고 싶었던 제품이 쿠팡에서 대박 세일을 하더라고. 5만원 할인 쿠폰에 무이자 12개월 할부까지 된다잖아!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제품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남편은 마치 ‘신무기’를 구입하듯 좋은 자동차나 고급 오디오 등 기계에 열광하고 꽂히면 무조건 사야 직성이 풀렸다.

30대 싱글인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고생스럽고 힘든 직장 생활을 잘 견딘 자신에게 가방과 신상 옷을 선물하면서 자기를 위로했다. 기쁘면 기뻐서 옷을 샀고 화가 나면 홧김에 가방을 샀다. 그런데도 아침마다 옷장 문을 열면 입을 옷이 도무지 없다. 어렵게 번 거금을 카드로 결제할 때는 긴장되고 고민도 됐지만 결제가 되는 순간, 불안과 떨림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짜릿한 기분도 들었다. 직장 내에서 ‘베스트드레서’로 불릴 때마다 우쭐한 기분이 들고 행복했다. 그녀에게 쇼핑은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친척집을 전전하며 서러움을 겪었다. 돈을 벌자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맘껏 해보고 싶었다.

50대 중반인 그녀는 집에 있는 시간에 습관적으로 홈쇼핑 채널을 켜 놓는다. 자궁 수술 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쩍 더 허탈하고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딸은 독립하여 떠났고 아들은 군대에 갔으며 무뚝뚝한 남편과는 한 지붕 두 가족 같다. TV 홈쇼핑에서 ‘마감 임박, 한정 판매, 무이자 할부, 사은품과 내일부터는 가격 인상’이라는 쇼호스트의 현란한 멘트에 지금 안 사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한 푼 두 푼 아끼며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보상이라도 하듯 결제를 했다. 비로소 자신이 사람답게 그리고 수준 있게 삶을 사는 것 같았다.

혹시 나도 쇼핑 중독?

쇼핑 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중독’까지 거론하는 것은 억울한가? ‘여자는 할인을 해 준다면 필요 없는 물건도 사고, 남자는 자기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물건의 두 배 가격에도 무조건 산다’는 말이 있다. 쇼핑 중독은 아직 질병 코드까지는 없지만 알코올이나 약물 등에 의존하는 ‘물질’ 중독과 달리 쇼핑이라는 ‘행위’에 의존한다.

뇌과학자들은 뇌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세로토닌이 줄면 남자들은 충동성이 강해지고 여자들 은 우울증을 느껴 쇼핑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신상품을 가지는 행동을 매우 좋아하므로 쇼핑할 때마다 도파민 등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신경 전달 물질을 배출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쇼핑할 때가 아니라 쇼핑하기 직전 즉 조만간 새로운 물건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 기대감이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쇼핑이 끝나자마자 행복감은 감소한다. 이후 계속해서 쇼핑을 갈망하게 하는 ‘보상회로’가 작동되며, 이때 뇌에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쇼핑은 즐거운 오락이자 여가 활동이 되어 집이 물건으로 가득 찬다.

▲ 사진=envato elements

왜 사람들은 쇼핑의 유혹에 넘어갈까?

계획되지 않은 충동적인 쇼핑을 ‘지름신’으로, 쇼핑으로 얻게 되는 쾌감을 ‘탕진잼’으로, 과소비로 텅 빈 통장을 ‘텅장’으로 표현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쇼핑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최고의 힐링 세리머니이자 재미있는 놀이이다. 여러분은 혼자 있는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는가? 홈쇼핑을 보거나 휴대폰으로 상품 광고를 보며 물건을 구경하거나 아이쇼핑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백화점의 쇼핑몰에 진열된 물품을 보고 있는가? 사람들은 왜 쇼핑에 열광할까?

첫째, 인간은 무언가를 소유해야 행복하다고 착각한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들은 ‘소비’와 ‘소유’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고 했다. 우리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에서 나고 자란 탓에 어릴 때부터 ‘물건은 많을수록 좋다, 많이 소유할수록 행복해진다’는 믿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물건이 적으면 궁핍하고 부자유스럽고 위험하며 못산다고 생각했다(가난한 것이지 못산 것은 아니다). ‘물건이 많으면 풍족하고 행복하며 안전하게 잘 살수 있다’는 가치관을 무의식 중에 주입당했다. 그래서 언제나 쇼핑할 기회를 찾고 물건을 새로 사서 늘리려고 한다.

하버드 심리학과 다니엘 길버트 교수의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를 사거나 명품을 구입하더라도 이것들을 통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불필요한 쇼핑 욕구는 바닷물을 먹는 것과 같아서 먹으면 먹을수록 목이 마르고 갈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둘째, 인간은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허기진 마음을 갖는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관심이나 애정에 대한 결핍감이 있거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속에 공허감이 자리 잡는다.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목표를 달성해서 인정을 받거나 과도하게 물질을 소유하려고 한다. 소비의 상당 부분은 남들에게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루어진다. 남들이 부러워할 거라는 상상을 통해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물질을 통해 자신이 우월감을 갖고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 정신분석가인 코허트(Kohut)는 모든 중독은 자기애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물질을 소유했을 때 전능감을 갖는다고 했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에 취하면 용감하고 자신감 있으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을 뿐 아니라 알코올이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친구로 착각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쇼핑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사는 순간 관심과 대접을 받을 때 자신이 왕처럼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한다.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첫째, 구매를 유혹하는 자극에서 자신을 멀리 떨어뜨려 놓는 방법이다. 홈쇼핑 채널 보지 않기, 인터넷 쇼핑몰 즐겨찾기 삭제하기, 자신의 쇼핑 욕구를 말려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쇼핑하러 가기, 인터넷 쇼핑 시 원하는 것은 장바구니에 넣은 후 꼭 필요한지 생각할 시간 갖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사용하기, 결제 한도 낮추기,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종류대로 정리한 후 물건 구입하기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핑을 하고 싶다면 리스트를 작성하여 쇼핑을 하거나 ‘다이소’를 이용한다.

둘째, 새로운 보상 도구를 만든다. 사람들은 쇼핑을 통해서 자기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자신에게 보상해 주려고 한다. 허기진 마음을 물건이나 제품과 같은 물질로 채우려 한다. 그 대신 작은 일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마음에 기쁨이 채워진다. ‘상큼하고 달콤한 과일을 먹으니 기쁘다. 좋은 사람과 통화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으니 즐겁다’라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잣말이라도 말로 표현하므로 기본 행복치를 증가시키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 자아상을 키우면 공허한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찬다.

셋째, 작은 친절은 위대한 힘이 있다. 여러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들은 물질의 소유가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로서의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하기, 무거운 짐 같이 들어주기, 생일을 기억하여 축하해 주기, 병원에 입원한 지인에게 전화하기, 독거노인에게 반찬 나누기 등과 같은 작지만 선한 행위에 참여해 보는 것은 당신의 삶을 더 만족스럽고 충만하게 할 것이다. 친절한 행동을 할 때 뇌에서 도파민 호르몬이 증가하여 행복해진다.

월간 <가정과 건강>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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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