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

2018.11.29 조회수 4,836 커뮤니케이션팀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세상에는 많은 코끼리 바위가 있다. 2015년 3월, 필자는 프랑스 노르망디 부근의 에트르타 마을의 유명한 ‘코끼리 바위’를 찾아갔다. 에트르타는 19세기만 해도 청어, 고등어 잡이를 주업으로 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나 쿠르베, 모네, 마네, 부댕, 마티스 등이 이곳 풍경을 많이 그려서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모파상의 소설 속에서 등장하고, 영화의 배경으로도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일반 관광객이 가지 않는 맞은편 절벽 위, 고풍스러운 교회로 올라갔다. 돌로 건축한 교회, 뾰족탑, 멀리 보이는 코끼리 바위는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 주었다. 절벽 건너 도버 해협이 있고 영국 땅이 아스라이 보인다. 다시 이 작품 속의 해변으로 내려가 몽돌을 밟아 보고 감회에 젖었다.

▲ 귀스타브 쿠르베,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 133X162cm, Oil on canvas, 1870, 오르세미술관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은 쿠르베가 전성기일 때의 작품이다. 그는 조부의 영향으로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 그림을 전시한 다음 해 왕정복고를 반대한 ‘방돔 원주 파괴 사건’으로 투옥된다. 벌금형을 받고 방면된 후, 탄압을 피해 자신의 고향 오르낭 근처인 스위스로 망명한다.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은 엄청난 파도, 폭풍, 뇌성, 번개가 지나간 뒤의 아주 평온한 풍경이지만 그의 생애는 훗날 거친 인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의 하늘은 고향 하늘의 맑은 공기를 표현하고 오히려 하늘에 절벽보다 많은 면을 할애하여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어부들의 고깃배, 와인 저장고는 자연과 인간의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그림은 평범한 수평 구도지만 원근 표현에서 바다, 구름, 해변, 풀밭은 모두 코끼리 바위를 향하도록 하여 주목력을 높인다. 지금은 아름다운 골프장이 된 절벽 상단과 좌측 아래 풀밭은 고급스러운 올리버 그린 색상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풀밭에 드리워진 구름 그림자, 바다에 드리워진 절벽의 그림자, 배와 바위의 그림자 등은 리얼리즘의 충실함을 따르고 있다.

쿠르베는 엄격한 사실주의자로 “회화는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미술로써 실제의 사물이나 현실을 보여 줌으로써 성립된다.”고 했다. 그는 사진도 없는 시기에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엄청나게 현장을 찾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쿠르베는 보이지 않는 ‘상상력, 추상적인 것’을 배격한다.

쿠르베는 인물, 풍경, 정물 등에 모두 능하다. 그러나 정치색 짙고 불경스러운 그림, 인체 중요 부위를 적나라하게 그리는 파격적인 그림을 그려 항상 구설수에 오른다. 쿠르베는 반골 기질로 평생 고생을 하지만, 리얼리즘의 거장으로 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자연을 독특하게 분석하는 그의 선구자적인 천재성과 다소 거칠고 즉흥적인 붓질은 후에 인상파를 낳게 하는 계기가 된다.


김성운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18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00회, 파리퐁데자르갤러리, 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시섬문인협회 회장,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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