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어릿광대와 피에로

2022.02.15 조회수 3,753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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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뒤 역설적 공허, 생동감으로 힐링하다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 앙드레 드랭(Andrè Derain)의 ‘어릿광대와 피에로’, 175x175cm, Oil on Canvas, 1924, 오랑주리미술관

파리에는 세느강을 끼고 서로 마주 보는, 수많은 명작을 전시하는 오르세미술관과 오랑주리미술관이 있다.

콩코르드광장 옆 오랑주리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되어 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으로 항상 붐빈다. 필자도 이 미술관을 자주 방문했는데, 아래층에서 전시된, 엄청나게 빛을 발하는 드랭의 대작 ‘어릿광대와 피에로’에 시선을 뺏겼다. 이 작품은 색상의 강약이 강하며 보색 대비로 인해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그림이라서 주변의 르누아르, 세잔, 모딜리아니 등 거장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파워를 가졌다.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를 창시한 앙드레 드랭은 ‘현대 미술의 콜럼버스’라고 할 만큼 도전 정신과 실험 정신이 강한 화가다. 그는 같은 샤튜 출신 블라맹크와 함께 두텁고 빠른 터치의 ‘샤투화파’를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어릿광대와 피에로’는 이태리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나오는 복장을 한 인물화이다. 드랭의 후원자인 폴 기욤의 주문에 의해 그려진 이 작품은 오른쪽 모델이 ‘기욤’이고 왼쪽은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이다. 광대는 남을 위해 웃겨야 하는 직업인데 역설적으로 무표정하고 쓸쓸하다. 더구나 지평선이 아래로 내려와서 매우 비현실적이다.

하단의 식물은 인물 쪽으로 넝쿨을 내밀고, 낯설게도 정물이 배치되었다. 두 인물의 상체는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기타 줄이 없는 연주는 공허하다. 드랭은 이 작품에서 초현실주의를 태동시키고 있다. 드랭이 시도한 야수주의, 원시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는 고스란히 다른 화가에게 중요한 소스를 제공하는 마중물이 되었다.

그는 카네기 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말년은 너무 비참해서 안타깝다. 독일의 프랑스 점령 때 어느 독일인의 전시 초대에 응했다가 공공의 적이 되어 왕따를 당한다. 그는 ‘나치 조력자’란 꼬리표를 달며 은둔 생활을 하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다. 절친 마티스와 같은 해에 죽었지만, 두 거장의 죽음은 명암이 엇갈렸다. 사후 64년이 흘러, 퐁피두센터에서 ‘앙드레 드랭, 급진적인 10년’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열리고 그의 예술 정신이 부활한다.

필자가 한때 머물고 산책했었던 ‘샤튜’라는 마을은 드랭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곳곳에 그의 유적이 많다. 그는 비참하게 갔지만, 후원자 폴 기욤이 소장한 수십 점의 작품은 오늘도 오랑주리미술관에서 세계인들을 힐링 시키고 있다.

글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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