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샤투 섬의 봄

2020.04.14 조회수 3,332 커뮤니케이션팀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르누아르가 살던 곳, 봄 그림으로 힐링하다

1980년대 중반,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은 몽마르트르에서 파리 근교로 이주했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중에 시슬리,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등은 파리 근교인 부지발, 말메종, 루브시엔으로 거처를 옮겼다. 특히 이곳은 센 강과 아름다운 언덕이 있어 풍경화를 그리기에 적격이었다. 파리의 귀족들도 증기 기차를 타고 이 지방의 유원지로 피크닉을 왔다. 가난한 화가들은 그들의 유희 일상을 그림으로 많이 남겨 오늘날 명화로 길이 남아 있다.

▲ <샤투 섬의 봄>, 김성운 作 52 X33cm, Acrylic on canvas, 2015.

몇 해 전 연구년을 맞은 필자는 우연히 루브시엔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런데 숙소 주변 곳곳에서 당시 인상 파 화가들이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린 현장과 그들과 가족이 살았던 집 20여 곳을 발견했다. 르누아르는 그의 어머니가 이곳에 계속 머물렀고, 그의 애인 화실, 모델, 누나의 집이 근처에 있었다.

‘샤튜 섬의 봄’은 필자가 산책했던 센 강가를 테마로 그린 작품이다. 이곳은 고급 식당 겸 미술관인 ‘메종 푸 르네즈’가 있고, 르누아르가 이곳에서 부르주아의 뱃놀이 그림인 명화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을 그린 곳이다. 또한 르누아르와 모네가 우정을 나누며 각각 ‘라 그르누에르’를 그린 곳이 사튜 섬이다.

이 그림의 수양버들과 수목은 봄을 머금어 싱싱하고, 강은 그것들을 더 건강하게 반사시킨다. 물 위에 반짝 이는 효과와 잔영은 인상파 화가들의 주요 탐구 대상이었다. 그림 바탕에 프랑스어인 ‘NOSTALGIE’를 3자씩 3단으로 배치하여 ‘향수’를 나타냈다. 빗살 같은 선은 ‘빛’이며, 필자의 캐릭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 공기, 움직임, 흔적들은 동양화 붓으로 가늘게 그었다. 수양버들은 약효가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르누아르는 먼 곳이 안 보이는 원시에, 말년에는 류마티스가 발병하여 붓을 손가락에 묶어서 그림을 그렸다. 필자도 한때 실명 위기를 겪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질병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예술혼을 남긴 그의 집념에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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