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생명-자연으로부터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겨울 생명! 힐링을 품다
겨울은 견뎌 내는 계절이다. 동·식물은 동면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넘기고 있다. 도종환의 시 ‘겨울나기’에서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고 한 것처럼 겨울이 주는 의미는 수동적, 방어적이며 극복 대상이라는 메시지가 함의되어 있다.
그러나 설경의 거장! 화가 심재관은 이 혹독한 엄동설한이 오히려 즐겁다. 미술평론가 박명인에 따르면 심재관의 설경은 “만물이 잠들어 있는 계절에 시각적인 생명의 미보다 생명을 위해 잠들어 있는 내재적인 미를 찾는다.”라고 한다. 그는 겨울의 겉모습보다 겨울 속에 은닉된 숭고한 ‘생명’을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헤겔이 말하는 “단순한 겉 모습과 묘사를 떠나서 한층 높은 리얼리티와 더욱 진실한 존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생명-자연으로부터 I’ 을 감상하는 주안점은 절개된 계곡물에 비치는 잔영이다. 그는 겨울 생명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 밖의 하늘과 나목을 계곡 옹달샘에 삽입하고, 그 위에 낙엽을 운치 있게 떨구어 놓았다. 심재관은 춥고 고통스러운 겨울 계곡에 따뜻한 햇빛을 좌측 상단에 임대했다.
그래서 죽음의 언 땅은 어느새 생명을 품고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화가에게 설경을 그리는 것은 도전이다. 태양빛을 받은 눈(雪)의 신비감, 바위와 언덕에서 오는 반사광을 표현하려면 백색에 완전히 통달해야 한다. 흰색을 팔레트(palette)에서 찍어 잠시만 긴장을 늦추거나, 다른 생각을 하여 화폭에 그리면 영락없이 탁해지고 부유하는 듯 뜬 상태로 보인다. 그는 흰색을 강조·부각시키기 위해 바위와 언덕을 짙고 깊게 처리했다.
심재관은 흰색의 달인이다. 심재관의 속 깊은 흰색은 감상자에게 따스한 행복과 맑은 힐링을 준다. 지고(至高)의 색인 흰색은 청결함의 힐링 효과가 있다. 심재관은 최근 한국의 겨울 그림 뿐 아니라 외국의 이국적 겨울 풍경에도 탐닉하고 있다. 특히 영적이고 이국적 감성이 풍부한 ‘티벳’을 화폭에 담아 가고 있다.
필자는 글을 쓰면서 30여 년 전 작가와 같이 들로 산으로 사생을 떠났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는 자연을 보고 대지 속의 ‘생명’을, 필자는 ‘고향’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동일한 대상을 보고 차이를 사유하는 작가와 필자는 힐링 시대의 ‘감성 동지’이다. 위대한 예술은 결코 쉽게 탄생되지 않고 예술가에겐 만족이란 없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강추위와 싸우며 중무장한 채 차가운 들과 산, 계곡에서 예술혼을 불태울 것이다. 생명의 힐링 그림을 창작하기 위해….
글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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