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바람이 분다 – 순천만 인상

2020.09.01 조회수 3,412 커뮤니케이션팀

시원하고 당당한 먹빛, 태고의 생명력으로 힐링하다

어느 날 피카소 옆에 여인이 앉았다.

그녀는 피카소에게 그림값을 주기로 하고, 자신의 손수건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피카소는 매직으로 단숨에 쓱쓱 그렸다. “만 달러입니다.” 여인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30초도 안 걸려서 그린 그림이 만 달러라니! 너무 비쌉니다.” “천만의 말씀, 내가 이렇게 그리기까지는 40년이 걸렸습니다.” 청전 이상범은 “이 그림 그리는 데 얼마나 걸렸소?”라고 묻는 재벌에게 “평생 그렸소!”라고 응수했다.

강외구는 마음이 바탕이 되면 속사포처럼 빨리 그리는 화가이다. 강외구는 산수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추상화 가이기도 하다. 그는 먹빛을 온몸으로 느끼고 풍경 속에 몸을 넣어 호탕한 준법으로, 피카소가 그랬던 것처럼 단숨에 그려 낸다. 강외구는 이 강렬한 화법을 위해 수많은 종이를 소모하고 피땀 어린 시행착오와 실험을 거듭하였다. 그리 하여 마침내 보이지 않는 바람, 공기, 냄새, 기( 氣 )를 재현하는 경지에 올랐다. ‘바람이 분다 – 순천만 인상’은 작가의 그와 같은 노력의 소산이다.

이 작품은 화면을 과감하게 수평으로 이등분하고 왼쪽 4분의 1 지점에 수직으로 엷은 먹으로 강하게 두 번 치켜올렸다. 가로는 순천만의 구름, 갈대밭, 뻘, 바다, 세로는 통통배의 연기, 점으로 흩어진 형상은 철새들로 인식된다. 하지만 감상자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해석 가능한 비표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순천만 시인 백영호는 ‘편지’라는 시에서 “순천만 갈대 바람이 가슴팍에 쓰러진다. 아하 그가 보냈구나 갈바람 줄기줄기를….”이라고 노래한다.

강외구의 ‘바람이 분다 – 순천만 인상’은 전통 산수를 뛰어넘는 기운이 생동하는 힐링 그림이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순천만의 수만 년 동안의 역사성과 그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의 군무( 群 舞 )가 빚어내는 대자연의 어울림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림 앞에 서면 순천만의 태곳적 바람 내음과 갈대 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는 동양화의 꽃! 산수화를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하여 당당하게 우리 앞에 던져 놓았다. 필자는 시원한 이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당당한 기개와 에너지로 말미암아 왠지 힘이 불끈 솟고, 피가 잘 순환되는 것 같다.

글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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