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칼럼] 새해 결심을 성공으로 이끄는 마음 건강

2023.04.12 조회수 2,358 커뮤니케이션팀

[정성진 상담심리학과 교수]

2023년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분기가 지나갔다. 새해를 맞이하며 결심한 것을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가? ‘꾸준히 운동할 거야’, ‘올해엔 반드시 금연하고 말거야’… 이렇게 좋은 결심을 했건만 몇 번 실천하다 도루묵이 되지는 않았는가?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한 달이 지나갔다. 새 학기에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결심했지만, 혹시 작심삼일이 되지는 않았는가?

이렇게 결심을 이어가지 못하면 자책하게 된다. ‘내가 그렇지 뭐’, ‘난 의지가 너무 약해.’ 어떨 때는 자기 합리화도 한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과장님이 같이 피우자고 해서…’ 결심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과 강연은 늘 인기가 있다. ‘실행력을 키워야 한다’, ‘동기부여를 잘 해야 한다’,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결심을 다 이룰 것만 같다. 그러나 막상 다음날이 되면 변하지 않고 똑같은 나를 발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변화의 원리

사람은 변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기도 한다. 날로 성장하는 아기를 보면 변하는 존재인 것 같은데,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성격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필자가 사람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면서 발견한 것은 변화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하고 싶다면, 새해 결심을 이어가고 싶다면 나를 변화시키는 열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변화하려면 지식이 필요하다. 공부법, 운동의 유익, 흡연의 해로움 등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는 것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열정이 느껴지고 의지가 불타올라야 한다. 그러나 지식이 많아지고 동기부여가 되어 결심하더라도 이내 큰 저항에 부딪힌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어서 변화에 저항한다. 이불 속에 10분만 더 있고 싶고, 게임 한 판만 더 하고 싶고, 딱 한 개피만 더 피우고 싶은 것이다. 귀찮거나 피곤해서 실행하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아예 결심을 내려놓고 만다.

욕구를 활용하라

결심을 실천하는 원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동기를 높이고 저항을 줄이는 한 가지 원리만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욕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지만, 심리학자 윌리엄 글래서(Willaim Glasser)는 이를 사랑과 소속의 욕구, 힘과 성취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 자유의 욕구, 생존의 욕구라는 다섯 가지 기본 욕구로 정리했다. 누구에게나 이 다섯 가지 욕구가 있지만, 각자마다 특히 강한 욕구가 1~2개씩 있게 마련이다. 이 강한 욕구를 활용하면 동기를 높이고 저항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나에게 가장 강한 욕구는 무엇일까? 만약 모임에 참석하여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데 관심 많다면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강한 것이다. 앞장서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 충고나 지시를 잘 하며 성공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힘과 성취의 욕구가 강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배우는 것을 즐기고 취미가 다양하다면 즐거움의 욕구가 강한 것이다. 개방적이고 구속이나 강요를 싫어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자유의 욕구가 강한 것이다. 모험을 피하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고 절약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생존의 욕구가 강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강한 욕구를 어떻게 활용하여 결심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같은 결심을 실천하려는 사람들로 이뤄진 모임에 가입하면 좋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운동하고 공부하면 동기가 강화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다. 힘과 성취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성공하기 위해 결심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또는 같은 결심을 실천하는 모임을 결성해서 리더를 맡는다면 모범이 되어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결심을 실천하게 된다.

즐거움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결심이라면 쉽게 실행하지만, 재미없게 반복해야 하는 결심은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연습 후에는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보상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자유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의무감을 싫어하기 때문에 반복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결심한 대로 실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 가령 향상된 실력, 강화된 체력, 향상된 건강 등이 더 큰 자유를 더 오랫동안 보장해준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생존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 돈을 더 벌어 안락하게 살기 위해서 결심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동기가 강화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다.

4할이면 전설이 된다

한 가지만 더 기억하자. 프로야구 타율왕을 보면 대체로 3할 5푼 정도의 타율로 1등을 한다. 타율이 4할이면 전설의 타자가 된다. 우리의 결심도 30~40%만 실행해도 대단한 것이다. 100% 실행은 불가능하다. 완벽을 기하려는 열정과 노력은 일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30~40%만 실천해도 성공이라는 유연한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실패하면 어떡하지’라고 지레 겁먹지 말고, 자전거 타기를 배우듯이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뭐’, ‘문제가 생기면 부딪혀 보는 거야’, ‘이건 실패가 아니라 배우는 과정이야’라고 생각하자.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목표로 삼자. 낙수가 바위를 뚫듯이 작은 실천과 성공들을 누적하다 보면 큰 성공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누가복음 16장 10절). 자신의 강한 욕구를 파악하여 원동력으로 삼고 작은 성공을 누적하여 새해 결심을 이어가는 한 해를 보내시길 기원한다.

─ 월간 <가정과 건강> 202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