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빅 브라더’에서 ‘빅 아더’로
[서평] 감시 자본주의 시대
쇼샤나 주보프 지음 | 김보영 옮김 | 노동욱 감수 | 문학사상 | 888쪽
구글·페이스북에 개인 정보를 넘기는 우리들
개인 행동마저 유도하고 통제하는 지경까지
우리는 매일 몇 번씩, 아니 어쩌면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맛집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하며, 소통과 교류를 통해 인간관계를 펼쳐나간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구글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우리의 정보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거나 제삼자에게 팔아넘긴다. 기업들은 경쟁하듯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우리의 정보를 빼내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는 작금의 시대를 ‘감시 자본주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감시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는 이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감시 자본주의 체제는 단순히 우리의 정보를 빼내서 팔아먹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정보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범주화하고, 예측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고, 통제하고, 조종하고, 조건화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고객이 아니라, 우리의 정보가 원재료가 되는 감시 자본주의 사이클의 예측 가능한 유기체에 불과한 존재가 되고 만다. 우리가 구글을 검색할 때 우리가 구글의 검색 대상이 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감시 자본주의 체제하의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엄한 인간이 아니라, 수집 당하고 분석 당하는 데이터이자, 타인의 이익을 위한 감시 자본이며, 감시 자본주의 체제에 종속된 꼭두각시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감시 자본주의 사이클의 메커니즘이 바로 주보프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통찰이다.
극단적 무관심으로 인간을 타자화
주보프는 감시 자본주의 체제가 조지 오웰(1903∼1950)이 쓴 『1984』(1949)의 빅 브라더 체제 반대편에 서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일컬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아닌 ‘빅 아더(Big Other)’라고 칭한다. 즉, ‘극단적 관심’을 통해 타인을 세뇌하고, 훈육하고, 강제하여 ‘자기 편’으로, 자기 ‘브라더’로 흡수하려는 빅 브라더 체제와는 반대로, 감시 자본주의 체제는 ‘극단적 무관심(radical indifference)’의 논리를 내세워 인간을 ‘타자화’하기 때문이다. ‘빅 브라더’가 극단적 뜨거움이라면, ‘빅 아더’는 극단적 차가움인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을 부단히 ‘타자화’시키고, 빅 아더와 타자화된 대상인 인간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성도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매일 우리가 할 일(개인정보 입력, 회원 가입, 로그인, 검색, ‘좋아요’ 누르기, 사진 업로드, 일상 업데이트 등)을 할 뿐이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저 그것들을 관찰하고, 데이터화하고, 도구화하여 수익을 창출해낼 수만 있다면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끼며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감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인간 자체보다 오로지 데이터화할 수 있는 인간의 행동 패턴이 중요한데, 주보프는 인간을 마치 상아만 빼앗기고 죽임을 당해 버려지는 코끼리에 비유한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빅 브라더를 통해 경고하던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디스토피아 사회의 출현을 통찰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디스토피아 감시 사회와 관련하여 기념비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강한 경고를 담은 이 책을 감수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습관적으로 ‘구글링’하고, 이 책이 출간되면 ‘페이스북’으로 홍보할 생각부터 했다. 아! 나 또한 주보프가 말하는 감시 자본주의 체제의 덫에 걸린 한낱 유기체일 뿐이란 말인가?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감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강한 비판의 화살을 겨누면서도, 그 화살을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돌린다. 주보프는 이 책에서 우리에 게 “누가 아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누가 결정하는지를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주체적인 문제의식을 결코 놓치 지 말라고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깨어 있으라고.
[노동욱 삼육대 교수·현대영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