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자격증은 국제면허…중독상담 전문가 키운다
[HOT100] 중독 자격증은 국제면허…중독상담 전문가 키운다
삼육대 중독(中毒) 연계전공 학과
‘약물중독 및 행위중독 예방 전문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에 꼽힌 직업군 중 하나다. 그만큼 도박, 마약 등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고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618만 명이 인터넷게임, 도박, 알코올, 마약 순으로 중독에 빠져 있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만도 연간 110조 원으로 추산된다는 연구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삼육대는 전통적으로 보건복지 분야와 삶의 질 향상에 교육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당연히 중독의 심각성에도 주목했다. 지난해부터 아예 중독 문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혁신 교과 과정을 개설했다. 이른바 ‘근거기반 실무(Evidence Based Practice) 중독전문가 연계전공’이 바로 그것. 과학적 이론 교육과 경험적 현장 교육을 접목해 창의적인 실무 중독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연계전공 교육이란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담심리학과, 보건관리학과, 물리치료학과, 간호학과, 약학과 등 다섯 개의 보건 관련 학과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새로운 교과과정인 중독 연계전공 과정을 운영하면서 중독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삼육대의 중독 연계전공은 국내 처음으로 예방교육, 조기발견, 중재를 위한 ‘중독심리전공’, 개입과 재활 회복 위주의 ‘중독재활전공’으로 나뉘어 있다. 연계전공은 2학년이 돼야 선택할 수 있다. 즉 보건 관련 5개 학과 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가 자기 전공 외에 관심이 있을 경우 중독연계 전공을 신청할 수 있다. 2015년 4월 현재 중독심리전공이 82명, 중독재활전공이 192명이다. 중독심리전공자는 문학사 학위를, 중독재활전공자는 보건학사 학위를 추가로 받게 된다. 중독연계 전공을 주도하고 있는 천성수 교수(보건관리학 과장)는 “2학년이 되는 학생 중 약 75~85%가 연계전공을 신청하도록 하고, 4년 후에는 연계전공 재학생 6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육대의 중독 연계전공은 사회적 요구뿐만 아니라 교육계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삼육대는 중독치료에 초점을 둔 건강과학특성화사업으로 지난해 교육부 주관 대학특성화사업(CK-1)에 선정됐다. 앞으로 5년간 86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는다.
“우리 대학은 중독 문제를 예방부터 재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 포괄적으로 다루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준의 중독치료 특성화대학이 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중독 전공 학생들도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중독 전문가로 대접받게 될 것이다.” 천성수 교수의 확신에 찬 말이다. 그는 “삼육대 중독특성화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적 모델을 만드는 글로벌 과정이며 향후 5년 이내 중독 분야에서 최소한 아시아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학교 측에서도 중독 관련 건강과학특성화사업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3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생활의학 실습장인 ‘뉴스타트 연구동’을 신축한 데 이어, 중독 관련 빅데이터 센터 설립도 진행 중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중독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효과적인 예방, 치료, 재활을 하는 데 쓰기 위한 것이다. 또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는 만큼 중독 관련 학과의 전임 교원(38명) 중 약 18%를 외국인 교수로 채웠으며, 2017년까지 교원확보율 71.8%와 전임교원 강의비율 75.4%를 목표로 하는 등 선진국형 대학교육 체제를 구축 중이다.
중독 연계전공 학생들에 대한 혜택도 적지 않다. 특성화사업으로 지원받는 금액(매년 약 17억 원)의 55%를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학생 지원에 투입한다. 매년 1억여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생 한 명당 5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해외인턴십과 해외연수 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삼육대 건강과학특성화사업단이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교과과정 외에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국내외 중독 전문가를 수시로 초빙해 특강과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관련 기관들과 산학협력 협약(MOU)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관으로는 한국생산성본부와 3년 이내에 중독예방 분야 국가공인자격증을 마련하기로 했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는 중독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5개 알코올전문병원과는 학생들의 실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중독 관련 기관들과의 산학협력은 삼육대 중독 연계전공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육대는 올 2월 세계적 중독전문기관 협의체인 국제중독연구기관협의회와 국제 공동의 중독 전문 자격증을 마련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향후 국제공동자격증을 딴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는 세계 각국에 진출해 중독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삼육대는 국제중독연구기관협의회 산하이자 WHO 국제기구인 PAHO(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와 협약을 맺어 올해부터 매년 6명의 삼육대 학생을 인턴으로 파견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학부 출신들에게 처음 허용되는 인턴십 과정이다.
미국 최고의 중독전문 의료기관인 로마린다대학교와도 양해각서를 체결해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과 인적자원을 교류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삼육대의 중독 연계전공을 캘리포니아 주 로마린다대의 교과과정과 일정 부분 연계시킴으로써 소정의 교육을 마칠 경우 국내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가 인정하는 중독 전문가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이 자격증을 받은 삼육대 학부생은 미국의 중독 관련 센터나 연구기관에 취업할 수 있다. 또 이 과정을 더욱 확대해 대학원 과정 이상의 학생들은 미국에서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면허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제적인 산학협력을 구축하다 보니 삼육대 중독 연계전공 학생들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 싱가포르 등 해외 연수 일정을 소화하기가 바쁠 정도다. 독일 베를린 중독센터와 쾰른대, 체코 까를대, 싱가포르 국립중독관리서비스, 미국 워싱턴 주 아시안약물중독치료서비스(ACTS·Asian Counseling Treatment Services), 태국 건강증진재단 등과 협약을 맺어 현장학습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미국의 아시안약물중독치료서비스나 싱가포르의 국립중독관리서비스의 경우 인턴십을 마친 후 일정 자격을 갖추면 바로 취업할 수 있을 정도로 삼육대 중독 전공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 천 교수는 “해외 중독 관련 기관의 담당자들은 한국에서 중독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다는 점에 한 번 놀라고, 삼육대 학생들의 수준 높은 영어 실력에 두 번 놀란다”면서 이런 점들이 삼육대 중독 연계 전공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중독 연계전공 학생들의 취업 전망은 매우 밝다. 지난해에 전공이 개설돼 취업률을 낼 수는 없으나 해외취업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업상담사, 보건교육사, 보건교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간호사 등의 전문직들도 중독전문 능력까지 갖춘 인재를 더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는 것.
중독 연계전공을 밟고 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할까. 강재욱 씨(보건관리학과 4학년)는 “지난해 2주 일정으로 미국 아시안약물중독치료서비스에서 약물중독자들에 대한 상담 치료 과정을 체험하면서 약물중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여서 이 분야에 종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지 씨(보건관리학과 4학년)는 2012년 영국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중독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학교에 중독 연계전공이 개설돼 기뻤다고 말했다. 서 씨는 “중독 연계전공이 복수전공보다 공부하기가 힘들고 어렵지만, 마치고 나면 취업에 매우 유리할 수 있고, 해외 인턴십 과정 등을 통해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육대에서 양성하고 있는 중독 전문가가 되려면 일단 중독 관련 학과(보건관리학과, 상담심리학과, 물리치료학과, 간호학과, 약학과)에 입학해야 한다. 과마다 입시 경쟁률은 차이가 있으나 2014년 정시의 경우 보건관리학과는 수능 평균 3.06(수능백분위 평균 79.48), 상담심리학과는 2.78(82.51), 물리치료학과는 3.22(78.21), 간호학과는 자연계 2.23(89.55) 인문계 3.08(79.7)이었다. 전체 정원의 65%는 수시에서 선발하는데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교과우수자전형과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을 참고해 선발하는 생활우수자전형이 있다. 수시에서 보건관리학과의 경우 교과우수자 수능 등급 평균이 3.34, 생활우수자 평균이 4.28이었다. 그리고 물리치료학과는 각각 3.08과 3.87, 상담심리학과는 2.77과 3.47, 간호학과는 2.41과 3.04등급이었다. 약학과는 대학 2학년 과정을 거쳐야 진학이 가능하므로 제외된다.
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