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인터뷰] ‘통일인문학’으로 통일 이후를 생각하다

2018.11.16 조회수 4,895 커뮤니케이션팀

파주서 ‘통일인문학’ 강의하는 스미스교양대학 노동욱 교수

이산가족 만남이 재개되고 북한 지도자의 남한 답방 여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JTBC가 다큐멘터리 ‘서울 평양 – 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등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 사회의 모습을 쉽게 접하고 있다.

남한에서 오징어라 부르는 것을 북한에서는 낙지라고 부르는 것처럼, ‘서울 평양 – 두 도시 이야기’는 냉면도 남한과 북한이 서로 다른 양념과 육수를 사용하여 다른 맛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와 같이 서로의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하나’가 되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걸음을 만들어가는 시도가 인문학 강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삼육대 스미스교양대학 노동욱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학대중화사업 소규모인문강좌의 일환으로 ‘파주에서 통일인문학을 이야기하다’라는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파주시 한빛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강좌는 ‘통일인문학’을 통해 남과 북의 문화 인식을 좁혀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조금은 생소한 개념인 ‘통일인문학’을 노동욱 교수는 이렇게 소개한다.

“시민들과 함께 문학작품을 읽어가면서 인문학을 통해 ‘통일’을 객관화해보자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 강좌에서는 분단문학과 탈북문학, 북한작가의 문학, 그리고 독일 분단문학을 시민들과 함께 읽고 토론합니다.”

“분단 이후 남북 간 문화적 차이가 많이 생겨났지요. 우리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다름’을 이해해나가는 것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노래 가사지요. 하지만 이젠 우리가 꿈에 그리던 그 통일을 왜,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통일인문학’은 이 같은 질문을 기반으로 통일을 보다 객관적이고 학문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입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통일 자체를 염원하는 것보다, 통일의 과정은 물론 통일 이후 우리가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습니다.”

‘통일 인문학’,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인문학

노동욱 교수는 ‘분단의 상처 치유하기’ ‘북한의 현실 돌아보기’ ‘남북의 문화 좁혀가기’라는 3가지 주제를 화두로 내세워 철책선 부근 도시 파주에서 ‘통일인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통일이 되면 평화는 자동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일반적으로 ‘통일’이라고 하면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기에 평화만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통일인문학’은 평화가 아닌 ‘분단’의 상흔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화해와 상생은 분단의 아픔을 끄집어내어 그 상처를 곱씹고 털어내는 데서 꽃피기 때문입니다.”

“통일 이후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는 남북 간의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남과 북은 오랜 분단으로 인해 언어와 문화에 큰 차이가 생겼죠. 우리나라와 타국 간의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남한과 북한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 차이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북한은 ‘우리 안의 그들’임과 동시에, ‘우리 밖의 그들’이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관심 필요

“저희는 최인훈의 <광장>, 황석영의 <손님>과 <바리데기>,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호철의 <판문점>과 같은 책을 읽고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디의 <고발>과 같은 탈북작가의 작품이나, 북한 청춘의 사랑과 고민을 담은 북한작가 남대현의 <청춘송가>도 함께 읽고 토론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남과 북의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대립과 긴장이 평화와 상생으로 어떻게 거듭날 수 있을지를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통일인문학’의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욱 교수는 인터뷰 도중 반복적으로 ‘통일’이라는 개념을 보다 객관적이고 학문적으로 고민하되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파주에서 시작된 ‘통일인문학’이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됨은 물론, 더 나아가 남북한의 ‘통일인문학’ 교류가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욱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다 많은 시도와 교감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인문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인문학의 위기’는 오랫동안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대중이 인문학을 외면해서 초래된 것이 아니라 인문학 연구자들이 대중을 외면한 데서 초래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너무 현학적이고 어려운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대중이 인문학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요? 때문에 저는 다양한 인문학적 시도를 하며 시민들과 교감하고자 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통일인문학’도 이와 같은 고민의 결과입니다. 대학 안에서 하는 연구를 넘어서서 대중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노동욱 교수의 ‘통일인문학’이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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