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우리나라 음주문화와 선진국의 국가알코올정책

2015.12.18 조회수 2,965 홍보팀


우리나라 음주문화와 선진국의 국가알코올정책
천성수 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음주폐해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지난 몇 년 동안 40% 전후의 수준에서 더 이상 감소하고 있지 않다. 그로 인한 건강보험진료비용이 전체 진료비용의 3.6%에 이른다. 흡연으로 인한 손실비용이 엄청나게 크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음주로 인한 폐해이다. 음주로 인한 진료비 지출이 전체 진료비용의 약 5.3%에 이른다. 흡연으로 인한 비용의 약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더해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약 24조원으로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성인 알코올사용장애자 비율이 세계평균이 3.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6%로 거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흡연의 심각성보다 음주로 인한 심각성이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음주폐해가 심각한 이유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알코올소비량이 OECD국가에서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진국에서 보다 음주관련문제와 폐해가 왜 더 많이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알코올소비량이 다른 나라보다 아주 더 많지 않은데 음주폐해가 훨씬 크다는 점이 이상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행동의 가장 큰 특징은 과음과 폭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습한 음주문화를 가진 나라(wet country)로 분류되며 쾌락주의(hedonism) 나라로 분류된다. 다시 말하면 술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시며 또한 술을 소비하는 패턴을 규제하는 정책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두드러진 음주패턴인 과음과 폭음의 이유를 문화적인 측면과 정책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의 술은 문화적으로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회식이나 송년회 등의 자리에서 술이 빠지면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남아 있는 이유이다.

만남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술이 그 자리를 매개하기 때문에 ‘술 취하는 것’을 원활한 소통의 과정으로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술이 단체를 규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 폭탄주, 돌림주, 사발식 등의 음주행태들이 항상 등장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술 취함이 모임의 의미를 대체하게 된다. 문화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 무엇이므로 술자리에서 음주를 자제한다든지 술잔을 사양하는 행동들은 단체의 이름하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밉살스러운 행동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폭음에 대한 압력으로 인해 개인이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음주량을 자연스럽게 초과하게 되어 건강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노출된다.

두 번째는 국가알코올정책의 부재에서 폭음의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술집에서 원천적으로 폭음을 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 주점 종사자들이 술 취한 사람에게 더 이상을 술을 팔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술이 깨고 난 다음에 나갈 수 있도록 철저히 배려하고 있다. 이는 술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팔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술 취한 사람들이 더 이상 술을 요구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음주폐해를 예방할 수 있나?

음주로 인한 폐해는 건강의 폐해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측면에서 폐해를 일으킨다. 음주는 빈곤과 관련이 크며 가정폭력, 폭행, 강간, 자살 및 살인 등 많은 범죄의 원인이 된다. 특히 취약계층의 건강과 경제적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음주폐해를 예방하는 일은 단순히 알코올소비를 줄이는 의미가 아니라 수많은 사회문제를 원천적으로 예방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회복한다는 의미에 비중이 있다.

연말연시에 이런 저런 이유로 술자리 기회가 많다. 대부분의 모임에서 술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우리가 문화적으로 술에게 소통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절주를 결심하지만 절주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술에게 단체를 규합하는 기능을 이미 부여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화적 의미로 해석하더라도 폭음의 결과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나타난다. 신체적 건강에 직접적인 폐해를 주기도 하고 가정에서와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어려운 결과들이 나타난다. 술이 더 이상 소통과 단체규합의 기능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의지가 그러한 의미에 함몰되어 집단화되면 우리나라의 과음과 폭음문화는 한동안 개선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유해음주감소를 위한 가장 좋은 전략 3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가격정책, 접근성규제정책, 마케팅규제정책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양의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처럼 1달러로 폭음량이 든 술 한 병을 살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술값이 지나치게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술을 판매하고 마실 수 있다. 술을 판매하는 면허제도가 너무나 취약하다. 술을 세일하고 판촉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광고가 판을 친다. 국가알코올정책이 너무 취약해 국민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있지 못하다.

이제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범국민운동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음주조장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정책옹호활동과 청소년, 대학생, 저소득층,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한 보호 및 지원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치 지향적 활동을 통해 밝고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정책브리핑 http://www.korea.kr/policy/mainView.do?newsId=148804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