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김성운의 예술과 과학] 프랙탈로 소통하다

2019.04.03 조회수 5,162 커뮤니케이션팀

‘프랙탈(fractal)’은 라틴어 ‘프랑게레(frangere)’에서 유래된 말로 ‘부러진’이란 의미다.

프랙탈은 아주 작은 기본 구조가 전체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나누어져’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를 말한다. 자연은 하나님이 만드신 기묘한 기하학적, 비기하학적 법칙에 의해 갈라지고, 울퉁불퉁하고, 모나고, 들쑥날쑥하고, 우툴두툴한 프랙탈 패턴으로 구성돼 있다.

프랙탈 패턴은 강이 바다로 모이는 과정,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구조, 또는 엉켜있지만 일정한 패턴으로 위치한 식물의 잎이나 꽃 등에서 볼 수 있다. 프랙탈은 때로는 나선처럼 소용돌이치며 발전하고 때로는 만화경처럼 자유롭게 구성된다.

1970년대 IBM 산하 토마스 왓슨 연구소의 연구원이었으며 후에 예일대 수학과 교수를 역임한 만델 브로트(Benoit Mandelbrot)는 추상수학적 해석이면서 완벽한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 패턴인 ‘프랙탈’이라는 식을 발견했다. 디지털 프랙탈을 통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피안(彼岸)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그림 1

디지털에서의 프랙탈은 작은 단위들 점, 선, 면, 즉 픽셀, 선분을 논리적인 질서에 입각해 표현한다. 그것은 수학과 미학의 절묘한 만남으로 ‘사이아트(sciart)’ 범주에 속한다. 프랙탈은 질서정연한 원리와 매우 복잡한 구성을 ‘완벽한 해상도’를 통해 무한한 반복의 미학을 창조한다. 프랙탈 세계는 실제로 시각적 형태의 연산이다. 그것은 정해진 끝이 없다. 초당 30장의 이미지 각각이 고도로 복잡하게 연산된 결과다.

[그림 1]은 컴퓨터에서 Z'=Z(Z-1)을 전개시키면 나타나는 용(龍) 모양 프랙탈 패턴으로 무한히 전개돼 나아가는 작품이다. 마치 살아있는 여러 마리의 용처럼 뻗어나간다. 이 프랙탈 작품은 계속 진행해 나가는 ‘현재진행형의 작품’이다. 수학자와 예술가는 디지털에 의해 재창조된 프랙탈 패턴을 통해 기발하고 특별한 미감을 보여준다.

▲ 그림2

[그림 2]는 나비같은 프랙탈 패턴을 대칭으로 배치하고, 그 패턴을 크고 작게 전개시킨 작품이다. 컴퓨터의 다양한 그래픽 메뉴와 툴을 이용하여 우연적 상황을 창조하고 있다. 이밖에도 프랙탈 패턴을 기반으로 하여 포토샵 필터의 랜더(render), 조명효과, 마블링(marbling) 기법 등을 합성한 자유로운 가상공간을 표현한 프랙탈 아트가 많다.

만델브로트는 “프랙탈 예술은 과학의 발전 덕분에 생긴 컴퓨터 때문에 가능하다. 하드웨어가 있기 전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발달 없이는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과학과 예술이 상호 영향 관계임을 역설했다. 컴퓨터는 원천적으로 창조를 못하는 ‘기계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만델 브로트처럼 천연계의 기본 패턴을 수적(數的) 원리로 파악하는 수학자와 만나서 예술 창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미국의 평론가 피터 월렌(Peter Wollen)은 디지털시대 과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컴퓨터 그 자체는 수학적 논리학의 최종산물이다. 기계코드(machine code)의 형식주의가 새로운 예술적 형식을 창조하는데 사용된다면 과학과 예술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새로운 예술적 형식은 그 자체로 이성의 변화를 가져오고 논리학이나 미학 사이의 간극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운
화가,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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