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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人] 아디과 박체홍 作 ‘여행길’, 단편영화제 공식 상영작 선정

2024.07.25 조회수 4,545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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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단편초청 부문 선정
독학으로 영화 공부… “영화인의 길 계속 걸을 것”

▲ 영화 <여행길> 스틸

‘아버지와 아들이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차 안. 아버지는 그 침묵, 차가운 듯하면서도 어색한 공기를 뚫고 조심스레 입을 떼어본다.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이어지는 대화는 평소 하지 못하는 낯간지러운 말까지 나오게 한다.’

우리 대학 아트앤디자인학과 박체홍(19학번) 학생의 단편영화 ‘여행길’이 ‘제16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공식 상영작(단편초청 부문)으로 선정됐다.

‘대단한 단편영화제’는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국내 우수 단편 영화를 발굴하여 창작자들의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KT&G 상상마당이 2007년부터 주최해 오고 있다.

배우 겸 감독 조현철의 ‘척추측만’(4회), 윤가은 감독의 ‘손님’(5회) ‘콩나물’(8회), 이충현 감독의 ‘몸값'(10회) 등을 발굴하며 신인 영화감독과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올해 영화제 작품 공모에는 총 766편이 접수됐다. 그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예심을 통과한 25편이 단편경쟁 부문으로, 10편이 단편초청 부문으로 선정됐다.

▲ 영화 ‘여행길’의 한 장면

박체홍 학생의 ‘여행길’은 아버지와 아들 단둘이 떠나는 여행길에서 차 안의 어색한 공기를 깨고 진솔한 대화로 이어지는 순간을 담고 있다.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미리 그 순간의 공허함을 담아내는 시도이다.

우리 대학의 입학성적 우수학생 단기유학 프로그램으로 현재 스페인에 체류 중인 박체홍 학생은 삼육대 뉴스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연하게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지고 뛰어들어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 주변에 대화를 나눌 영화인도 없었고, 과연 이 길이 맞는지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며 “그런 와중에 들려온 이 소식은 나에 대한 믿음을 더 확고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기에 이 자리가 아주 크고 과분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체홍 학생은 영화와 관련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는 순수 ‘독학파’다. 그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습작을 이어왔다. 그는 “아직 모르는 게 천지라 두렵기도 하다”며 “이 일이 싫어지지 않는 한, 계속 영화인의 길을 걷고 싶다. 졸업 후에는 영화 관련 대학원에 진학해 더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체홍 감독의 데뷔작 ‘여행길’은 오는 9월 5일부터 10일까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리는 ‘제16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다.

아래는 박체홍 학생과의 일문일답

▲ 박체홍 학생 (사진=본인 제공)

─ 영화제 초청 소감은

“막연하게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지고 뛰어들어 겪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주변에 대화를 나눌 영화인도 없어서 고독한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과연 이 길이 맞을까, 회의감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이 소식은 나에 대한 믿음을 좀 더 확고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듯합니다. 수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상영 기회를 얻은 것뿐이지만, 저에게는 아주 크고 과분한 자리라고 느낍니다.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 ‘여행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품인가요?

”많은 이들이 살아가면서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특히 저는 과거에 여러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기억이 많아 그 관계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으로부터 이야기가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길’ 또한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느낀 어려움, 그 사람의 인생을 감히 제가 한번 돌아보는, 그렇게 시작한 것 같습니다.“

─ 꿈결 같은 영상의 색감과 음악이 인상적입니다.

”아버지가 영원한 존재는 아니잖아요. 어렸을 때는 한없이 커 보이고, 무섭기도 하지만 점점 어른이 되며 작아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게 됩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버지가 없는 세상을 생각하면 너무 두렵더라고요.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 적도 그다지 없고, 평소 대화가 많은 편도 아닌데 정신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세상이 온다면, 간혹 아버지와 단둘이 차 안에서 있던 그 순간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홱 지나가면서도 강렬한, 그런 그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와 차를 타면 서로 앞만 보고 얘기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말이 잘 나오거든요. 그런 꿈같은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신경 썼습니다.“

─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한 이유는?

”우리는 어떤 한 지점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잖아요. 그 목표를 따라갈 때 부모든, 친구든,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도 하고 격려를 받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부모님이 제가 죽을 때까지 늘 옆에 계시진 못할 거란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도 있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아들의 진솔한 대화가 이어지는 지점이 차 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는 것이 불가피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긴 길을 지나 터널에 진입하고 아버지가 터널 불빛을 바라보며 온갖 불협화음이 들려오는 그 장면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다른 장면은 몰라도 그 장면은 유독 갖고 싶었던 그런 장면입니다. 늘 터널을 지날 때, 익숙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신비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터널은 어둡고, 죽음으로 가는 공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평소에 하곤 했는데, 실제로 터널에 들어가면 저는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아버지의 인생은 무엇일까, 그 불빛들이 마치 아버지의 죽음을 암시하는 주마등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영화 ‘여행길’의 한 장면

─ ‘여행길’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대부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어색하면서도 그렇다고 멀지는 않은, 뭔가 이야기를 딱히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나이의 화법 같은 게 있달까요. 그런 것들이 관객들과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슬픔, 그런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담고자 했습니다.“

─ 영화의 꿈은 언제 어떻게 갖게 됐나요?

”부끄럽지만 영화의 꿈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마음먹게 된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영상, UCC 같은 것을 만들기 좋아했습니다. 학교에서 그런 숙제를 내주면 다른 것들은 내팽개쳐 두고 그것만 몰두했고, 그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때 그 쾌감이 좋았습니다.

아버지가 미술을 하시다 보니 저도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미대에 진학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결핍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황도 많이 하다가 미디어 아티스트의 꿈을 가져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를 보고 분석해 보면서였던 것 같아요. 그게 재작년인데 그때부터 영화에 대한 매력에 매료되어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다가 또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학생 신분으로서 열정 하나로 버티고 있지만 회의감 같은 것들이 몰려오는 것도 사실이고, 버틸 수 있는 한 버텨봐야겠죠.“

▲ 박체홍 학생 (사진=본인 제공)

─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세계와 실제적인 스킬은 어떻게 길러왔나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미술을 했기에 그 정체성을 잃지 말자는 스스로의 다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영화 그대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찾아보면 다른 볼거리도 있는, 제가 만드는 영화는 그런 풍족한 영화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유독 색에 대한 집착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저만의 정체성을 길러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스킬 같은 것은 솔직히 어려워요. 아직도 부족하고,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딱히 없고 해서 서적도 찾아보고, 영상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관련 서적 같은 것들이 많이 도움 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많이 보는 것, 많이 찍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많이 찍기 어려워 평소 사진을 많이 찍는데, 그런 것들이 영상 구도 같은 것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직접 만져보고, 해봐야 아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모르는 게 천지라 두렵습니다.“

─ 장르나 주제 면에서 관심사는

”딱히 거르는 장르 없이 다 좋아합니다. 장르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거든요. 감독들도 그렇습니다. 어떤 감독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솔직히 괴롭습니다. 다 좋아서 도저히 고르지 못하겠거든요. 그럼에도 굳이 골라야 한다면 저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제 인생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요?

”이 일이 싫어지지 않는 한, 계속 영화인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제가 은근히 사람들을 좋아하더라고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를 탄생시키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사람이 싫어지지 않는 한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후에는 영화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던 것은 가족, 학과 교수님들, 소중한 동기들의 열렬한 지지와 존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고민해야 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진 못했을 것입니다. 늘 예고 없이 찾아가도 응원과 크리틱을 아끼지 않으시는 김용선 교수님, 이은미 교수님께 특별히 더 감사드립니다. 제가 학과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그만한 영광은 또 없을 것입니다.”

─ 스페인에서 연수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운 좋게 학교에서 발탁되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 추억을 쌓고 있는데 잊지 못할 좋은 순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