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뷰

[삼육人] 2년 만에 40개상 휩쓴 ‘공모전의 달인’

2022.08.25 조회수 3,678 커뮤니케이션팀

[삼육人] ‘공모전의 달인’ 나상은(약학과 18학번) 학생

▲ 한 손엔 교내 공모전, 다른 손엔 교외 공모전. 나상은 학생이 공모전 상장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나상은‘

지난 2020년 교내 공모전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름 석 자가 어느새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을 주최한 부서에선 ’또상은‘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각종 교내 공모전을 휩쓸던 그는 어느새 학교 밖까지 영역을 뻗쳐나갔다. 입학 후 불과 5학기 만에 수상한 교내외 공모전 수상실적은 무려 40개. 영역도 글쓰기부터 영상, 외국어(중국어)까지 종횡무진이다.

”상금으로 치면 웬만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을 거예요.“

대외활동도 한다. 삼육대 SNS기자단 SU-CREATOR를 비롯해, 학술정보원, 글로컬사회혁신원, 대학일자리본부, 교육혁신원, 대학혁신지원사업단 등에서 서포터즈 활동을 했다. 교외에서는 국무총리실 서포터즈, 서울대 임상약리학 전공 인턴, 서울시약사회 약대생 자원봉사를 거쳤다. 봉사활동 누적 시간은 35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공부량 많기로 유명한 약학과에서도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대체 비결이 뭘까. 굉장한 달변가이기도 한 그와의 인터뷰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녹취록 초안 분량만 A4 35매에 달했다.

공모전의 달인

─ 공모전을 시작한 계기는요.

”학창 시절에 제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단순히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것보다는, 공식적인 경쟁 상황에서 권위자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할 기회가 될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싶은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렇게 공모전에 나가다 보니 마치 자격증을 따는 것처럼 제 성장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되고요.“

─ 공모전 영역이 글쓰기, 영상, 중국어까지 종횡무진입니다. 각 스킬은 언제 길렀나요.

”시작은 글쓰기 대회였어요. 중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원래 글을 되게 못 썼어요. 대회에 나가서 상 타오는 친구들이 부럽더라고요. 한번은 담임선생님께 왜 자꾸 떨어지는지 여쭤봤어요. 선생님께서 1등 한 친구 글을 보여주면서 글 쓰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집에서 한 수십 번은 읽었을 거예요. 그 친구 이름이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정말 많이 읽고 따라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다음 교내대회에서 그동안 연습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써서 동상을 탔어요. 주로 구성과 형식을 많이 참고했는데, 글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구성 안에서 내 생각을 녹여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 수필부터 소설책, 신문 논설까지 다양한 글을 읽고 분석했어요. 역시 좋은 글에는 좋은 형식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꾸준히 대회에 나가다 보니 고등학생 때부터는 전국대회 1등도 여러 번 하게 되었고요.“

▲ 길이 4m나 되는 테이블을 가득 채운 각종 상장들. 모두 대학 입학 후 수상한 공모전이다.

─ 중국어는요?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국 친구가 있었어요. 제 목소리를 듣더니 중국어를 하면 너무 잘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어요.(웃음) 공부를 시작한 지 한 6개월 됐을 즈음 전국 단위 중국어 말하기 대회 공고를 봤어요. 상을 타든 못 타든 좀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거 같아서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하루 9시간씩 발음과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정말 운이 좋게도 대상을 탔죠.“

─ 6개월 만에요?

”중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실수를 많이 하더라고요. 발음이 유창하지만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자꾸 원고를 보거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죠.

하지만 저는 발음이 조금 딱딱했지만, 중국인 친구에게 배운 대로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했어요. 준비한 원고 내용을 실수 없이 완벽히 소화했고요. 꿈에서 중국어 연습을 할 정도로 연습했으니까요. 물론 제가 상을 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몇 년씩 살다 온 친구들보다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제 이름이 대상 수상자로 호명돼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심사평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중국인 교수님께서 ’이 대회는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도 맞지만, 중국어를 즐길 수 있고, 또 미래 한중관계에 도움이 될 인재에게 상을 주는 것이 취지‘라고요. 대회 수상이 큰 원동력이 됐어요. 상을 받으니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대회 2개월 뒤에는 HSK 6급에 무난히 합격했습니다. 지금도 중국어는 취미로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 영상은 왜 했나요.

”사람들이 선호하는 매체가 글에서 영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영상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어떻게 하면 영상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우리 학교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유튜브 영상 제작 강좌가 열렸어요. 프리미어 프로 쓰는 방법을 배웠어요.

며칠 뒤 제가 영상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스스로 평가하려고 대회에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내 대회부터 도전했어요. 학술정보원에서 개최한 ‘29초 영화제’라는 대회였어요. 엄청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어졌어요. 그 뒤로 외부 공모전 3개를 더 나갔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스로 ‘나는 영상이랑 안 맞는 사람인가’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영상을 잘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던 중 학교 홍보팀에서 운영하는 SNS 기자단 SU-CREATEOR가 눈에 들어왔어요.“

─ SU-CREATOR 활동은 어땠나요.

”영상 툴을 배울 수 있고 고가의 장비도 써볼 기회여서 너무 좋은 활동이었어요. 무엇보다 영상 쪽에 의욕 넘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함께 작업하고 회의하며 배울 수 있는 게 많았어요. 덕분에 영상 실력이 많이 늘었고 기획력도 더 탄탄해지다 보니 대회에서 상을 탈 수 있게 되었어요.

특히 팀을 꾸려서 나가곤 했는데, 제가 기획하고 아트앤디자인학과 친구가 영상을 만드는 식으로 분업하니 효율과 성과가 더 좋더라고요. SU-CREATOR 활동은 제가 영상 세계에서 성장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 경험이었습니다.“

▲ SU-CREATOR 활동 당시 ‘공모전 꿀팁’을 주제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기획만 좋아도 입선은 탄다

─ 글쓰기, 중국어, 영상 등 분야는 다르지만 공모전마다 공통으로 통하는 필승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을 잘하고, 주최 측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대회에 나갈 때 어떤 기관인지부터 파악해요. 홈페이지에서 인사말부터 연혁, 주요사업 등을 다 읽고, 왜 이러한 대회를 여는지까지 반드시 파악해요. 그리고 대회에서 요구하는 주제에 맞춰서 자료 조사를 한 다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생각해요.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주최한 ‘기초과학 홍보 콘텐츠 공모전’에 나갔을 때였어요. 역시 홈페이지에서 기관에 관한 모든 내용을 읽고 네이버 뉴스에 IBS를 검색해서 나온 기사를 다 읽었어요.

IBS는 우리나라의 오랜 염원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고, 그간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는데 아직 성과가 없다는 기사를 봤어요. 일반인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서 그런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거구나 하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어요. 동시에 주최 측에서 수상작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도 생각해봤어요. 마치 대회를 기획한 사람처럼요. 그 결과 금상을 받았어요.

기존 수상작 분석도 중요해요. 가령 말하기 대회라면, 너무 흔한 주제보다는 최근 이슈와 개인적인 경험, 아니면 요즘 말하기 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선호하는 이야기랄지 트렌드가 있어요. 그런 주제와 소재를 잘 찾은 후 대회를 준비하면 분명 작은 상이라도 탈 수 있을 거예요.“

─ 수많은 공모전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해서 지원하나요.

“자신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대회에 나가는 게 좋아요. 가령 제일기획 같은 광고회사나 아모레퍼시픽 등 소비재 기업 공모전은 선호하지 않아요. 상금 규모가 크고 권위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광고 전공자가 아니면 상 타기 힘든 대회거든요. 제품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많이 필요하고요.

저는 주로 과학 관련 공모전에 나가고 있어요. 이과생에게 유리하고, 영상의 화려함보다는 내용에 대한 이해도와 기획 능력이 더 부각되는 대회이기 때문이에요. 아직 영상 제작 능력이 부족한 제게 더 적합한 대회라고 판단했어요.

스피치 대회는 한국어보다는 외국어 대회를 선호해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스피치 대회는 전직 아나운서들까지 참가하거든요. 아무리 많은 연습을 해도 수상이 쉽지 않겠죠. 하지만 외국어 대회는 노력 여하에 따라 수상 가능성이 더 커요. 특히 유학 경험 여부에 따라 ‘유학생부’, ‘국내부’로 나뉘는 대회도 있어서 경쟁이 비교적 공정하다고 볼 수 있죠.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만 나가기에 참가자 수가 그렇게 많지 않고요.”

▲ 나상은 학생이 자신의 수상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니터 속 영상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이 대국민 공모로 주최한 ‘제2회 한의약 홍보 콘텐츠 공모전’ 출품작. 최고상인 최우수상(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마인드 세팅’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첫째는 실천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누군가 ‘너 이거 잘할 거 같아. 공모전 나가봐’ 했을 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나중에 할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실 그 말은 영영 안 한다는 걸지도 모르거든요. 준비가 언제 될지 모르고, 또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잖아요. 진짜 하려는 사람은 그런 기회가 있으면 ‘정말? 한번 나가볼까?’하고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노력해요.

두 번째는 끈기예요. 누구든지 좌절을 맛보면 ‘나랑 좀 안 맞는가’ 하면서 포기하고 싶어져요. 그런데 저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겨요. ‘내가 한번 될 때까지 해보겠어!’라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그렇게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하지만, 좌절을 맛보고도 끝까지 하는 게 진짜 용기 아닐까요.”

─ 대외활동과 봉사활동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약학과에서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고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동시에 많은 일을 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건가요? 시간관리 방법이 궁금해요.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처리하는 게 중요해요. 내일에는 내일의 일이 떨어지고 모레는 또 새로운 일이 생겨요. 효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습관이에요.

그리고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도 필요해요. 한정된 시간 안에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가끔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라면서 하나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볼 때가 있어요. 마치 4단계를 공부해야 하는데, 1단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돌아가는 것처럼요. 물론 완벽한 게 더 좋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약대생이 왜 공모전을 하냐고요?

─ 약대생은 학업에만 충실해도 졸업 후 전문직으로 종사할 수 있는 길이 보장돼 있습니다.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이 진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텐데요.

”‘그런 거 뭐 하러 해, 안 해도 되는데’라는 말을 솔직히 많이 들었어요. 물론 졸업 후 약사라는 직업을 고려하면, 굳이 공모전에 나가지 않더라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 성장에 도움이 되고 또 이것을 통해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발전해나간다면, 언젠가 제게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거고요. 예를 들어 어떤 제약회사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약사를 찾는다고 할 때, 제가 그 포지션에 지원할 수 있겠죠. 미래 가능성을 생각하면 평소에 자기 발전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평범한 약사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학교에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약사가 되고 싶어요. 또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약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로 적은 금액이지만 매달 일정액을 학교에 기부하고 있어요. 살면서 처음 해보는 기부예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학교에 감사한 게 참 많아요. 여러 공모전에 나갈 수 있도록 해준 것도 우리 학교이고, 유능한 친구들 사이에서 발전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우리 학교잖아요. 교수님들로부터 약학을 배워나가며 약사의 직능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게 됩니다. 학업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고민하고 또 반성하게 됩니다. 기부를 실천하게 만든 것도 우리 학교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