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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신학과는 왜 축구를 잘할까?

2024.11.19 조회수 381 커뮤니케이션팀

4가지 가설… ①연습량 ②팀워크 ③응원전 ④신앙심

▲ 지난 10월 8일, 체육대회 축구 결승전에서 우승한 신학과 대표 선수들과 응원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U-Creator 뉴스팀 김민하 기자]

“천사까지 12명이 뛴다”

신학과의 축구 실력을 두고 캠퍼스에 떠도는 이 반농담 같은 말에는 어쩌면 진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8일 체육대회 당일, 찌는 듯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운동장.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과 북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신학과와 경영학과의 운명적인 결승전이 펼쳐졌다.

전반 13분, 신학과가 선제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도 추가골 없이 1-0으로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올해도 신학과일까. 하지만 경영학과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5분, 경영학과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양 팀 1, 2번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운명은 3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경영학과의 슈팅이 신학과 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에 막혔고, 4번 키커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경기를 좌우하는 건 키커가 아닌 키퍼’라는 말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신학과는 4번 키커까지 모두 성공시키며 승부차기 4-2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 축구 우승을 확정하고 환호하는 신학과 선수들

종합우승은 놓쳐도 축구만은…

신학과는 오래전부터 전통적인 축구 강호로 꼽혀왔다. SU-Creator 뉴스팀 취재 결과 학생처에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동문 출신 교수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를 뒷받침했다.

79학번인 신학과 송창호 교수는 “당시에도 신학과가 거의 매년 축구 우승을 했다”며 “체육대회 종합우승은 못 해도 축구에서 지면 기분이 안 좋았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신학과장 이훈재(97학번) 교수도 “신학과는 전 종목에서 운동을 잘했는데, 특히 축구에서 강했다. 천사까지 12명이 뛴다는 말은 그때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신학과 허상민(04학번) 교수 역시 “신학과가 축구에서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올해 극적으로 이기긴 했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고 상당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송창호 교수가 79학번이니, 최소 50년 가까이 이 같은 전통이 이어진 셈. 스포츠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학과가 특정 종목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 배경을 SU-Creator 뉴스팀이 파헤쳤다.

가설1: 땀의 법칙 ‘압도적인 연습량’

첫 번째 가설은 ‘압도적인 연습량’이다. “스포츠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연습이 정답이죠.” 체육학과장이자 체육문화센터장인 유재현 교수는 “기술과 테크닉이 늘려면 연습이 가장 중요한데, 신학과는 몇 년째 매주 운동장을 대관해서 축구를 한다. 이런 학과는 신학과가 유일하다. 당연히 손발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실제 연구 결과를 들며 “구현기능과 심폐기능이 원래 좋았던 사람보다, 좋지 않았어도 꾸준히 연습한 사람의 상승폭이 더 크다. 근 기능은 가역성의 원리를 따른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개선되지만, 하지 않으면 서서히 떨어진다. 매주 규칙적으로 연습하는 신학생들의 몸 상태가 더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이번 체육대회 축구 종목 MVP를 차지한 신학과 용형순(20학번) 학우 역시 “신학과가 월등히 잘한다기보다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매주 모여 즐겁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워크나 개인 기량이 늘었고 그것이 경기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설2: 신학숙의 마법 ‘24시간 팀워크’

두 번째 가설은 ‘합숙 시스템’이다. 신학과는 ‘생활영성’이라는 교양필수 과목의 일환으로 1~2학년 전원이 생활관(기숙사)에서 합숙한다. 이 신학숙 시스템이 최강의 팀워크를 만들어낸다는 분석이다.

상담심리학과 이건호 교수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같은 학문을 배우고 같은 종교적 신념을 가지면 서로 간의 신뢰와 유대감이 깊어진다”며 “이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며, 집단의 목표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강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신학과 박영재(18학번) 학회장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타 학과 선수들보다 실력이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많이 맞추다 보니,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덕분에 최적의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육학과 유재현 교수는 합숙 환경이 연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연습에서 중요한 건 환경인데, 신학숙은 매우 좋은 환경이다”며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각자의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도 잘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학과 이훈재 학과장은 “성인이 된 학생들은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생활하면서 자기관리가 안 되고 몸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신학숙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율 아래 건강한 습관을 기를 기회가 주어진다.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고 시스템의 장점을 언급했다.

가설3: 열정의 함성 ‘응원이 만드는 기적’

세 번째 가설은 응원 문화다. 신학과의 뜨거운 응원 열기는 타학과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스포츠 사회학자 로버트 자종크는 “타인의 존재가 각성 수준을 향상시키거나 저하시키기 때문에 운동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심리학 용어 중에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이라는 말도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 현상인데, 스포츠에서는 운동선수와 관중의 관계가 이와 비슷하다. 이 현상은 운동선수들에게 실제로 생리적 변화와 효과까지 유발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 보건체육학과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지친 상태에서 자주 응원을 받으면 운동 수행능력이 최대 7%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홈 어드벤티지’가 성립하는 이유도 바로 응원단의 존재다.

신학과 박영재 선수는 “경기 중 관중석에서 계속 북소리가 울리는데, 그 소리에 맞춰 심장이 뛰었다. 열띤 응원이 피를 끓게 했다. 응원이 아니었으면 못 이겼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은 1초에 80번 진동하는 저음을 발생해 주위를 공명시킨다. 응원할 때는 관중의 몸을 진동시켜 흥을 돋우고 개인들을 하나로 묶어 일체감을 자아낸다.

신학과 김은상(24학번) 선수 역시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은데 응원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럴 수가 없더라. 내가 이기자고 뛰는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해 뛰게 된다”고 응원이 가진 힘을 이야기했다.

▲ 킥오프 전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신학과 축구 대표 선수들

가설4: 보이지 않는 힘 ‘신앙의 에너지’

마지막 네 번째 가설은 ‘신앙’이다.

신학과 이훈재 교수는 “신학과는 천사까지 12명이 뛰어서 이긴다는 우스갯소리가 그저 농담뿐만은 아닌 것 같다”며 “경기가 안 풀리고 멘탈이 흔들릴 때 누군가가 함께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팀에 전염된다. 그런 생각이 모여 11명 전체가 한 마음을 갖게 되면 어느 순간 정신이 육체를 이기는 굉장한 일이 스포츠에서는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상담심리학과 이건호 교수는 “종교적 혹은 영적 신념을 가진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의 정신적 회복력을 보이고, 더 큰 인내심과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게 입증됐다”며 스포츠 스타들이 골을 넣고 성호를 그리거나 기도를 하는 세리머니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내년 주전 대거 졸업… ‘전통 강호’ 이어갈까

오랜 전통과 탄탄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축구 우승을 차지해 온 신학과였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웠다. 준결승과 결승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쳐야 했다. 전통적 강호의 면모를 보여주긴 했으나, 더 이상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워진 모양새다.

더구나 내년에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우승의 주역이었던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 박영재 학회장은 “4학년 선수들의 대거 졸업으로 인한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면서도 “1, 2학년 후배들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열심히 연습한다면 우승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표했다.

신학과의 우승 전통이 과연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매주 운동장을 가득 메우던 열정적인 연습, 생활관에서 다져진 끈끈한 팀워크, 하늘을 찌르는 응원 소리, 그리고 신앙심으로 대표되는 신학과만의 독특한 문화가 세대를 이어 계승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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