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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담비가 왜 거기서 나와

2024.04.16 조회수 6,358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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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담비 제명호에서 발견
탐조동아리 호버링 생태조사 도중 포착

[SU-Creator 뉴스팀 문현민 기자]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꼽히는 야생동물 담비가 우리 대학 제명호에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어느 날 오후 2시경, 교내 탐조동아리 호버링 소속 임경택(대학원 융합과학과 동물행동학전공·학부 동물자원과학과 17학번), 김동원(동물자원과학과 20학번) 학우는 제명호 인근에서 불암산 생태경관보전지역 조류 및 포유류상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나무에서 뛰어 내려오는 담비를 발견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담비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조류와 포유류는 거의 전부 알고 있습니다. 특히 담비의 체형을 비롯한 크기, 모색(털색)은 동물을 조사하는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 없죠.”

이후 두 사람은 담비가 다닐만한 길목 6곳에 동작 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 중 4개의 카메라에 담비의 모습이 담겼다. 꼬리를 살랑이며 물웅덩이에서 장난치는가 하면, 암수로 추정되는 한 쌍과 새끼까지 최대 3마리가 한 번에 포착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한 쌍이 동시에 목격된 건 이번이 처음. 임경택 학우는 “한 무리의 가족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담비는 어떤 동물인가

▲ 노란목도리담비. 사진=envato elements

담비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돼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법정 보호종 야생생물이다. 족제빗과 동물로, 몸통은 노랗지만, 머리, 다리, 꼬리는 검은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크기는 50~70㎝ 정도로, 소형견이나 고양이와 비슷하다.

담비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림지대에 많이 사는데, 산림이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80년대까지는 털과 모피를 이용하기 위해 밀렵이 성행했다. 그러다 1998년부터 국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면서, 최근 20년 사이 수와 분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산림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담비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주행성 포유류로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데,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 멧돼지 새끼, 청설모 등을 잡아 개체 수를 조절한다.

식물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큰 행동권과 많은 활동량, 배변 특성을 바탕으로 먹이원의 60%를 차지하는 종자식물을 널리 퍼트린다. 말벌 개체 수 조절 역시 담비의 역할이 크다. 담비의 곤충 먹이원 중 말벌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말벌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의 천적이다.

▲ 노란목도리담비. 사진=envato elements

동물자원과학과 정훈 교수는 “담비의 발견은 산림생태계가 단편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며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담비의 특성상 산림생태계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담비가 지닌 가치로 인해, 담비의 발견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됐다. 지난 2월 채널A 뉴스는 동아리 호버링의 담비 발견 사실을 보도했다. (관련기사▷[제보가 뉴스다] 멸종위기 담비 한 쌍, 서울서 첫 포착) 해당 보도에서 채널A는 “담비가 살지 않던 불암산이 새로운 서식지로 변모한 만큼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호버링 임경택 학우는 “지난해 11월 최초 발견 이후 마지막 조사를 했던 올해 3월까지도 담비가 지속해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새를 보러 갑니다

▲ 탐조 동아리 호버링 회원들이 교내 제명호에서 탐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호버링 제공

담비를 발견한 호버링은 우리 대학 탐조(探鳥) 동아리이다. 평소 탐조 활동을 즐겨하던 임경택, 김동원 학우가 에브리타임을 통해 야생 조류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지난해 3월 동아리를 만들었다.

2명으로 시작한 동아리는 설립 1년 만에 6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동아리 특성상 동물자원과학과 학생들이 34명으로 제일 많긴 하지만, 아트앤디자인학과, 음악학과, 컴퓨터공학부, 건축학과 등 타 학과 학생도 32명이나 소속돼 있다.

호버링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탐조 활동을 한다. 교내 제명호를 특히 자주 찾는다. 두 번 중 한 번은 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 양서파충류, 곤충류도 조사한다. 내년엔 제명호에서 관찰한 동물 자료를 모아 소책자를 발행할 예정이다.

계절마다 다른 지역으로 탐조를 가기도 한다. “작년 여름엔 잣까마귀를 보러 설악산에 갔어요. 대청봉에만 사는 잣까마귀는 설악산에 있는 눈잣나무 열매를 먹어요. 4시간 반 동안 산을 타서 느긋하게 눈잣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새를 만났어요. 말로 할 수 없이 기뻤죠.”

▲ 강원도 강릉 어느 항구에서 탐조 활동을 하고 있는 호버링 회원들

올여름엔 강원 춘천시 남이섬에 가서 솔부엉이와 소쩍새 같은 야행성 맹금류를, 가을에는 충남 서천군 유부도에서 도요새를, 겨울에는 동해에서 오리와 갈매기를 볼 계획이다.

호버링의 목표는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지만, 접할 기회가 없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주변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

“집 근처에 큰 저수지가 있어요. 예전에는 까치, 까마귀, 참새와 같은 흔한 종만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새에 관심을 가지고 나니 물총새, 꾀꼬리, 해오라기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호버링에 들어온 학우들도 같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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