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부금현 할머니의 ‘고무줄 안경’

2023.09.11 조회수 4,570 커뮤니케이션팀
share

재림신문 김범태 편집장의 <데스크에서>

제주 성산교회에 다니는 부금현 할머니. 제주의 최고령 집사이기도 합니다. 스물다섯 되던 해에 피란민들의 전도로 재림기별을 발견하고, 침례를 받았으니 올해로 ‘남은 백성’이 된 지 72년째입니다. 그야 말로 제주 선교역사의 증인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를 찾은 건 그 때문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한평생 해녀로 살아 오며 힘겹게 모은 전 재산 1억 원을 삼육대에 기부했기 때문입니다. 감동적인 선행이 알려지며 이듬해에는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삼육대 1억 기부’ 94세 해녀 할망, 국민 추천으로 대통령표창 받아) 100세가 가까운 지금도 텃밭에서 직접 기른 각종 채소를 이웃에게 나누는 할머니의 ‘아낌없는 삶’을 듣고 싶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순간, 안내했던 마승용 목사가 “집사님은 지금도 매일 성경을 읽으신다”고 귀띔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손때 묻은 큰글씨 성경은 이색 저색 밑줄이 그어있었습니다.

촬영을 위해 평소 모습대로 연출을 부탁했습니다. 순간, 침대맡 낡은 서랍장에서 꺼낸 안경에 한동안 기자의 시선이 멈췄습니다. 언제 샀는지도 모를 안경은 그나마도 한쪽 다리가 부러져 고무줄로 칭칭 감아 귀에 걸어야 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조금 더 편하고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될 텐데. 할머니는 자신의 편함은 뒤로 하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먼저 살폈나 봅니다. 그렇게 모은 돈입니다.

본인을 위해서는 단돈 몇만 원짜리 안경도 사지 않고, 맛난 음식도 드시지 않고, 미래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며 꼬깃 꼬깃 쌈짓돈을 모으고 모아 기부한 것입니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장학금을 주고, 대학에 발전 기금으로 헌납했습니다.

문득 그 장학금을 받았을 학생들의 모습이 뇌리에 스쳤습니다. ‘너희가 어떤 정신으로 공부해야 마땅하냐’ ‘너희가 어떤 인물로 자라나야 하냐’는 물음이 맴돌았습니다. 한동안 고무줄로 다리를 대신한 부금현 할머니의 낡은 안경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