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과중한 업무로 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김일옥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
작년 초 졸업 이후 신출내기 간호사로 의료 현장에 첫발을 내디딘 제자가 조기 사직을 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를 나이팅게일의 길로 이끈 스승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학창 시절 임상 사례 발표 때마다 성심을 다하고 학업 의욕도 높은 제자가 일찍 병원을 떠난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자에게 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과중한 업무 부담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는 작년 3월 종합병원 간호사로 배치되어 코로나 방역 최일선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간호 인력 부족으로 첫날부터 제대로 된 오리엔테이션도 없이 현장 업무에 투입되었다. 입사 후 3개월이 넘도록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해 본 적이 없고, 입원실을 오가며 환자를 돌보다 보면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했다고 한다. 초과 근무는 일상이 되었고, 근무 없는 날에 코로나에 감염된 동료의 대체 근무를 한 적도 많았다. 6개월 만에 몸무게가 7kg 이상 축났다. 경력 1년 미만이면 이력서에 적을 수조차 없어 이를 악물고 1년까지 버틴 후 ‘백의의 천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고 했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간호사는 지금도 부족한 실정이다. 간호사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 숙련도를 높여 효율적이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20년 기준 OECD 국가의 면허 간호사 활동률은 70%인 데 비해 한국은 51.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간호사 이직률은 14.5%로 전체 산업 이직률 5.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간호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우수한 간호사가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간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opinion/podium/2022/03/23/P243NFJZX5CGTM5GZRJYRPUW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