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문학 속 가정 이야기] 결혼이라는 조각배 위에서

2023.02.28 조회수 1,610 커뮤니케이션팀

《행복한 결혼을 위한 7원칙》

[노동욱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레빈은 행복했지만 결혼생활을 시작한 후 내딛는 발걸음마다 상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매 순간 호수 위에 떠가는 조각배의 유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흐름을 즐거이 바라보던 사람이 스스로 그 배에 타게 되었을 때 겪는 경험을 했다. 게다가 움직이지 않고 균형을 잡고 앉아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디로 떠가는지, 또 발아래는 물이고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을 한시도 잊으면 안 되고 노 젓기에 익숙하지 않은 팔이 아파 왔다. 이 모든 걸 바라보기는 쉽지만 그것을 하기란, 무척 즐겁기는 해도 고역이었다.”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가 쓴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의 한 구절이다. 이는 결혼생활이 가진 양면성을 잘 설명해준다. 잔잔한 호수 위를 유유히 떠가는 조각배의 모습 이면에 배에 탄 이의 팔이 떨어질 듯한 고된 노 젓기가 수반되듯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모습 이면에도 부단한 노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독처獨處하는 것을 긍휼히 여기사 인간을 위해 배필配匹을 지어주신다. 하나님께서 아담으로부터 갈빗대 하나를 취하시고 그 취하신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신다. 아담은 하와를 일컬어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하고, 그녀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룬다. 하나님께서 인간이 외롭지 않도록 짝을 지어주시고, 몸의 일부와도 같은, 마치 분신과도 같은 단짝과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게 하시는 과정은 너무나도 충만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스스로 지은 죄로 인해 험한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헤치고 영원히 땀 흘려 수고해야 그 소산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출산의 고통 또한 더해졌다. 이는 앞서 언급한 노 젓기와도 같은 힘겨움이 결혼생활에 수반되는 것과 같다.

존 가트맨John M. Gottman과 낸 실버Nan Silver의 《행복한 결혼을 위한 7원칙The Seven Principles for Making Marriage Work》은 바로 이러한 결혼생활의 양면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행복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부케가 그려진 표지의 이 책은 가정의 달 5월에 가장 잘 팔리는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부 간 갈등으로 인해 부부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의사나 상담사가 우선적으로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양면적이다. 또한 이 책은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부싸움의 유형을 분석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이혼하는 부부를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존 가트맨의 부인인 줄리 가트맨Julie S. Gottman은 2010년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저와 남편은 부부간 대화를 15분만 들어도 이혼 여부를 95%까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는 부부모임에선 별로 환영받지 못한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트맨이 이처럼 이혼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듯 이혼에 대한 생각이 결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결혼생활의 양면성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를 인지하고 결혼생활에 뛰어드는 것은 조각배에 뛰어들어 노 젓기를 하기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7원칙》은 1999년 출간되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존 가트맨은 부인인 줄리 가트맨과 함께 ‘가트맨 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여 부부관계 연구에 몰두하였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을 펴냈다. 가트맨 박사의 통찰은 부부 간의 사소한 문제들을 통해 부부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내는 데 그 탁월함이 있다. 그는 부부 간의 사소한 사건에 현미경을 들이대어 그에 얽힌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읽어내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부부들에게 제시한다. 또한 결혼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자가진단 Q&A를 제시하여, 부부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결혼생활의 현재를 점검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결혼생활 가운데 마주치는 부부 간의 ‘다름’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그 당혹스러움을 다독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트맨 박사는 수많은 부부들의 실제 대화와 행동을 연구하여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부문제의 일반적 양태를 분석하여 제시한다. 그가 그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낸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일곱 가지 원칙’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원칙이다.

가트맨은 최근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저서 《우리가 사랑할 때 물어야 할 여덟 가지Eight Dates: Essential Conversations for a Lifetime of Love》에서 “결혼생활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게 되는 능력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부부 간의 다툼은 주로 두 사람의 ‘다름’에서 기인하지만, 가트맨이 이 ‘다름’을 ‘선물’로 승화시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에 따르면, “결혼이란 처음에는 봄꽃, 따뜻한 바람, 아름다운 햇살, 하늘만 가득한 아름다운 초원 같지만, 실상은 두 죄인이 만나 ‘서로의 참기 어려운 단점’(파이퍼 목사는 이를 ‘쇠똥cowpie’이라 표현하고, 결혼생활을 ‘쇠똥이 가득한 초원’이라 표현한다)을 용납하고 용서하는 고난의 자리”이다.

이어서 파이퍼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결혼은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고 용서하신 하나님, 그리고 우리의 ‘쇠똥’과도 같은 죄를 먼저 짊어지신 그리스도를 따라, 그리스도의 인자, 자비, 겸손, 용납, 용서의 열매를 맺어가는 영광스런 자리”라고. 다시 말해, 결혼생활이란 배우자에 대해, 타인에 대해, 더 나아가 하나님의 용납하심과 용서하심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2015년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와 함께 《행복한 결혼을 위한 7원칙》의 번역 작업에 착수하여, 2017년 번역서를 출간했다. 번역자로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배우자의 ‘다름’을, 타인의 ‘다름’을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더 나아가 결혼생활로부터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를 짊어지신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월간 가정과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