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명지원의 명명백백] 나무의 심장소리

2023.02.28 조회수 1,970 커뮤니케이션팀
share

[명지원 삼육대 교직과 교수]

한 대학 임업수련장에서 학회 회원들과 생태체험 수련회가 있었다. 자연과 벗하며 숲이 주는 유익한 점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두 그룹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주최 측으로부터 검은 눈가리개를 받았다. 양말을 벗고, 일렬로 서서 앞사람의 어깨에 양손을 올려놓으라는 안내가 있었다. 지시에 따라 우리는 발끝의 감각으로 부드러운 흙과 나뭇잎을 느끼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걸었다. 이는 우리가 딛고 사는 이 땅을 온몸으로 느낌으로 땅과 우리와의 일체감을 경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발 한 발 너무도 소중한 발걸음이었다.

다음은 청진기를 가지고 나무의 생명의 기운을 느끼는 체험이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2시경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에 청진기를 대고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바닷가의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면 나는 파도 소리처럼 쏴 하는 희미한 소리가 나는 것 같더니, 이내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광합성을 위해 물을 끌어올리고 순환하는 ‘나무의 심장소리’란다.

필자를 비롯한 참가자 모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청진기로 ‘나무의 심장소리’를 확인하면서 참가자들은 나무도 생물이라는 사실을 몸과 마음과 영혼이 통합된 앎으로 깨달았다. 그 이후 필자는 나무를 대할 때면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하듯이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나무에게 이야기도 한다. 나무에 해가 될 행동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앎과 실천이 하나가 되는 전인교육의 완벽한 예였다.

이후 장기 기증 및 시신 기증 서약, 동물보호단체 가입, 대중교통 이용, 천연세제 쓰기 등 내 삶의 기준은 ‘생명환경보호’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생명과 환경 보호를 실천할 방법을 찾는다.

※ 명지원 교수가 <토론토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칼럼명 ‘명명백백(明鳴絔𩗀)’은 한자성어 ‘명명백백(明明白白)’의 음가를 차용해 그가 직접 만든 조어다. ‘明(밝을 명)’과 ‘鳴(울릴 명)’,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맨다는 뜻의 ‘絔(깁다 백)’,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부는 바람을 뜻하는 ‘𩗀(동남풍 백)’을 썼다. 즉, ‘밝게 울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어, 동남쪽(우리나라)에서 서쪽(서구 문명)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https://www.cktimes.net/opinion/%EB%AA%85%EC%A7%80%EC%9B%90%EC%9D%98-%EB%AA%85%EB%AA%85%EB%B0%B1%EB%B0%B1-%EB%82%98%EB%AC%B4%EC%9D%98-%EC%8B%AC%EC%9E%A5%EC%86%8C%EB%A6%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