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이룬 100억 장학금’ 삼육대 김상래 총장

‘두 발로 이룬 100억 장학금’ 삼육대 김상래 총장

2015.07.01 조회수 2,211 총장실


‘두 발로 이룬 100억 장학금’ 삼육대 김상래 총장
학교 발전기금 모금 위해 여섯 차례나 마라톤 완주 … 대학 경쟁력 강화 밀알 일궈

2012년 3월 5일. 삼육대학교 제13대 총장에 오른 김상래 총장은 취임사에서 재임 기간 중 펼쳐갈 학교경영의 핵심가치로 ‘비전-드림(Vision-Dream)’을 제시하고, 인성과 지성을 고루 갖춘 인재양성에 주력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50대 중반 젊은 총장의 패기와 용기로 현역 대학 총장 중 처음으로 42.195Km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해 듣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중 100억 원의 대학 발전기금을 모금하겠다”고 천명해 ‘비전-드림’ 핵심가치의 성취를 위한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총장은 이런 열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교내에 ‘마라톤 장학금’ 전광판을 설치해 모금 현황을 게시하고, 많은 이들이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호소했다. 그가 1Km를 달리면 장학금이 10만원씩 적립되는 방식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김 총장은 가슴에 ‘삼육사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2 손기정 평화마라톤대회’에 참가해 5시간19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현직 대학 총장으로는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자신이 취임 일성으로 제시했던 재임기간 중 ‘대학 발전기금 100억 모금’을 현실화했다. 삼육대는 지난 4월 말을 기해 학교 발전기금 100억 모금을 조기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재학생 5000여 명 규모의 중소 대학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이를 이뤄낸 것이다.

김상래 총장은 “발전기금 모금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 과감히 추진했는데, 조기에 초과 달성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씀이 없다. 삼육의 가치와 삼육대의 교육철학을 귀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후원자들이 기탁한 발전기금을 통해 ‘비전-드림’은 현실이 됐다”며 이 같은 결과를 후원자들의 공으로 돌렸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를 총장의 의지와 학내 구성원이 단합해 ‘두 발로 이룬’ 결실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의 생존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교육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안정적 재정확보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요소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통상 재정수입의 7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은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각종 평가지표를 통한 등록금 인하 정책으로 재정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도 학생에게는 교육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충원, 연구 인프라 구축 등 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상래 총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학 재정확충 방안을 학교 발전기금에서 찾았다. 그는 “등록금 이외 외부 발전기금의 유입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발전기금이 대학의 경쟁력이 된 시대다. 이미 해외는 물론, 국내 명문 대학에서는 발전기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이유는 학교의 미래가 재정확보 능력과 운영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생각에서 지난 3년간 한국 사회에 삼육교육의 이념을 널리 알리고, 발전기금 모금에 대한 자신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내달린 김상래 총장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마치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다. 그는 학교 홍보를 위해 마라톤 풀코스를 6번이나 완주했다. 올해 안으로 10번의 완주가 목표다. 얼마 전에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를 위한 가이드러너(guide runner)로 참여하기도 했다.

비단 마라톤 외에도 장학금 모금을 위해 국내외 동문을 만나거나 기업과 단체를 방문해 호소한 것을 합하면 그가 직접 두 발로 ‘뛴’ 거리는 훨씬 더 늘어난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틈나는 대로 ‘발전기금 광맥’을 찾아 나섰다. 이렇게 해서 모인 장학금이 4월 말 현재 약 120억 원 규모다. 이 기금으로 2200여 명의 학생이 수혜를 받았다. 한 해 평균 700여 명이며,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도 그는 “열 중 하나가 내가 뛴 몫이라면, 아홉은 그야말로 하나님과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자신은 1의 몫밖에 하지 않았는데, 9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라톤이라는 행위가 절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이는 내부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우리의 의지를 상징하는 수단이자 메시지였다”고 풀이했다.
 
자신은 마라톤을 통해 사람들이 발전기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몸소 동기를 부여하고 임팩트를 주는 역할을 했을 뿐인데, 그에 감동하고 공감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알토란같은 기금을 쾌척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발전기금 기부는 힘겹게 달리는 대학사회에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것과 같고, 학교는 힘을 내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의지로 기부자들의 기대를 꼭 이뤄내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숨어 있었다.
 
성과는 기대이상이었다. 학교 발전을 응원하는 이들의 기부 행렬은 실로 놀라웠다. 때로는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장학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앞 다투어 기금을 보내왔다. 한사코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거금을 송금한 독지가도 있었다. 이러한 열매는 김 총장 자신은 물론, 대학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지에 공감한 교수와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미화부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학교 청소를 하며 어렵게 번 돈이지만,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니 아낌없이 기부할 수 있었다”며 정성껏 모아온 쌈짓돈을 기탁했다. 신학과 교수 전원은 특별상여금 전액을 후학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이런 움직임은 교외로 확산돼 동문들의 기부로 이어졌다. 익명의 한 졸업생은 “4년간 사랑으로 가르쳐준 모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매월 10만원씩 기부를 약정했다. 동문들은 주로 학과 후배들을 위해 사용되는 ‘밀알 장학기금’에 많은 기부를 했다. 이 기금은 매월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프로그램으로 적립된 기금이 많아지면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위해 사용된다. 지금까지 모아진 장학금만 30억 원에 가깝다.

학부모인 정용복 씨(시온금속 대표)는 김상래 총장이 취임하던 당일 금괴 2kg(1억30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 정 대표는 “10년을 바라보려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바라보려면 사람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기부하게 됐다. 숨은 인재들을 잘 정련해 금과 같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해 주위를 감동시켰다.

프리미엄 홀푸드 기업 올가니카의 최정휘 대표는 “더 좋은 식품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듯,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인재를 양성해 달라”며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종순 여사는 평생 모은 재산인 10억을 선뜻 기부하기도 했다. 재미 기업인 홍명기 듀라코트 회장은 “삼육의 친절에 마음이 움직였고, 그 의지에 감동했다”며 100만 달러를 전해와 힘을 실었다.

이렇게 모아진 기금으로 지난 3월 말 현재 2200여명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다. 2013년 707명, 2014년 779명으로 수혜자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매년 계속 늘어날 계획이다. 아울러 ‘SU 인재 양성 100인 프로젝트’ ‘SU 세키이나(세움, 키움, 이룸, 나눔) 프로젝트’ 등 김상래 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추진했던 특성화 전략도 상당한 탄력을 받았다.
 
무엇보다 기탁자에게 다양한 용도와 사용처를 설명하고, 이들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정 학과를 지정한 학과지정 장학금,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지정 장학금, 연구분야에 출원하는 연구기금 등 주는 이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필요와 목적에 따라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기탁자의 가치를 실현시켜주는 게 대학 발전기금의 핵심”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발전기금은 드리는 사람의 기대와 받는 사람의 필요의 접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그게 되면 평소 후학 양성에 뜻을 갖고 계셨던 분들의 마음에 숭고한 ‘점화’가 이뤄진다”고 역설했다.

그런 김 총장이 유독 빼놓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기탁자의 정신을 강조하는 일이다. 그는 “나는 학생들이 장학금 수혜의 의미를 더 잘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기탁자들의 기대와 의미를 실현하는 자극을 계속 주려고 한다. 기금을 내는 분들은 때때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할 수 있지만, 받는 사람은 그 정신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상래 총장에게 그가 진정 바라고 실현하기 원하는 궁극적 교육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그가 거침없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쳐내 보였다.

“주지하다시피 교육(敎育)의 교(敎)자는 ‘가르칠 교’입니다. 즉 정보전달입니다. 육(育)자는 ‘기를 육’입니다. 가르쳐서 길러야 교육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르는 데까지 이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른다는 말의 의미에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양육’입니다. 이러한 양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관계는 물론, 조직원 사이에서도 소통과 깊은 대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교육현장에서 ‘육(育)’이 안 되고, ‘교(敎)’만 이뤄지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진정한 ‘육(育)’이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만 많이 소유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사회와 자기 주변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큽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부터 근래까지 그런 부작용을 숱하게 봐왔습니다. 길러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느림의 미학’입니다. 시간이 필요하죠.

삼육교육이 지향하는 목표는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敎育)’이라는 단어의 문자적 의미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걸 실현하고 싶은 게 교육자로서 나의 꿈입니다”

현직 목사이기도 한 그는 한국 사회를 향한 힐링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다들 사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무한 경쟁은 가속도를 붙이고, 양극화는 점점 심화됩니다. 그래서 화를 참지 못하는 분노의 시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삼육’은 여러분의 곁에서, 서로의 아픈 가슴을 보듬어주고, 상처를 나누며, 힘든 인생길을 함께 뛰어주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길 원합니다. 삼육의 정직하고 건강한 기별을 함께 나누는 이웃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key=%BB%EF%C0%B0%B4%EB&section=145&category=146&no=6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