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론] 비대면 시험과 평가 공정성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코로나19의 상황이 3차 유행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학기 학사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학기도 1학기에 이어서 거의 대부분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평가를 위한 시험도 비대면으로 치르고 있다. 이제 대학의 교수들은 성적 처리와 더불어 한 학기를 마무리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바로 공정한 평가다. 모든 교수들은 학생들의 학업 수행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평가자인 학생들은 여러 환경 요인들을 내세워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해묵은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국내 대학 환경에서 합리적인 성적 평가 제도에 대한 담론은 항상 있어 왔다. 특별히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 사이의 찬반 담론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들은 성적 관리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학점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 상대 평가 제도를 운영해왔다. 특별히 정부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엄정한 성적 관리시스템을 점수화하면서 상대 평가가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그러나 상대 평가가 교과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자 절대 평가로의 개선이 다시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험이 보편화되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와 더불어 절대 평가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절대 평가 내지는 완화된 상대 평가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이런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만으로는 평가 신뢰도를 제고할 수 없고, 학생들의 공정성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도 없다. 절대 평가의 경우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이 넓어진 상황에서 교수들의 엄정한 성적관리가 쉽지 않다. 완화된 상대 평가는 학생들의 경쟁 구도나 학점 인플레이션 둘 다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비대면 시험의 공정성이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한 상대 평가를 고집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성적 평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율평가제의 경우 전공별, 수업 특성별로 평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엄정한 성적 관리를 위한 고도화된 시스템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작금의 평가 공정성 담론은 제도적 차원을 넘어서 평가 신뢰도 차원에서 제고되어야 한다.
비대면 상황에서 평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업계획서를 철저하게 구축해야 한다. 수업계획서를 통해서 교육 목표와 교육 과정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에 따른 평가 방식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특별히 평가 방식은 시험을 통한 단순한 평가를 넘어서 과정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 중간 및 기말평가와 동일한 수준에서 과정에 대한 평가를 매주 단위로 실시하고 있으며, 그 과정 평가는 독서 과제와 PBL 수행 과제에 대한 평가로 이루어진다. 중간 및 기말 시험은 비대면 상황에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객관화하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아울러 평가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평가와 관련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공지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클래스(e-class)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교수들이 이런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매주 단위로 자신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면 공정성에 기초한 평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 시험에 따른 평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수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뉴 노멀 사회를 준비하면서 고등교육 정책의 차원에서도 엄정한 성적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제도가 정착되려면 집단 지성을 활용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육 전문가들과 정책 담당자들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교육 과정 및 평가를 담당하는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교수들에게 지난 1년은 엄청난 도전과 과제의 시기였고, 그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공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이제 그 힘으로 합리적인 성적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