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대학정론] 대학 재정에 관한 진실 담론

2020.04.14 조회수 3,482 커뮤니케이션팀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대학들의 오프라인 개강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운영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 외의 대학들은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온라인 강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온라인 강의의 질을 포함해 교육 서비스의 부족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속적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홍콩 등 국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는 합리적이며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그 합리적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합리성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합리적인 대화를 위해 대학 재정에 관한 진실 담론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의 운영 예산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해 전국의 사립대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213.8%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학이 등록금의 2배 이상을 교육비에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8년에 실시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교육비 환원율(156.305%) 항목에 만점을 받은 대학들은 94.4%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해도 교육비 환원율이 170% 이상인 대학들은 100여 개에 이른다. 이 지표는 재정적 측면에서 등록금만으로는 대학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임을 보여 준다. 현재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부족한 등록금 외에 추가 재정을 투입해서 교육비 환원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대학 재정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은 대부분 인건비와 장학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각 대학들의 등록금 대비 인건비율은 70%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2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해 장학금 지원율이 20%(2주기 평가에서 장학금 지급률의 절대값은 18.991%였음)에 이르고 있다. 이는 등록금의 90% 이상이 교원 및 직원들의 인건비와 학생들을 위한 자체 장학금(국가장학금 제외)으로 지급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나머지 10%로는 대학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발전기금 모금, 비즈니스 모델 개발, 산학협력사업 수주 확대, 재정지원 사업 수주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문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이후 각 대학들은 부족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의 재정구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고등교육을 위한 예산은 약 10조 8천3백억으로, 전체 교육부 예산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이 중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8천35억 원을 포함해 대학에 지원되는 사업비는 1조7천6백억 원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국가장학금(4조18억 원), 국립대학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다. 대학 전체의 67.5%에 이르는 사립대학들이 국가 재정지원 사업비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중소규모 대학의 경우 전체 교육비의 3% 미만에 불과하다. 이처럼 현재 국가의 재정지원은 대학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총협에서 정부를 상대로 교부금법 등 대학 지원사업비 책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립대의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과 관련해서도 진실 담론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나라들은 사립대의 비율이 높다. 미국, 일본, 호주, 한국 등이 대표적인데, 그 중에서도 사립대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77.6%)이다. 이에 비해 등록금 수준은 미국, 일본, 호주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비율(20.7%)이 OECD 평균(69.1%)보다 낮아 사립대의 재정 상황은 열악한 형편이다. 반면에 학생들의 경우, 정부의 국가장학금 확대로 인해 반값 등록금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작금의 등록금 인하 논의는 진실 담론의 범주로 다뤄져야 한다.

온라인 개강과 그로 인한 교육 서비스의 질 문제, 그리고 등록금 반환 요구 등은 코로나 19와 연관된 미증유의 사태로 인한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대학 폐쇄와 온라인 개강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 아래 취해진 조치였다. 이로 인해 교육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할 시간의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해가고 있고, 또 위기 상황도 안정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은 이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의 관용과 연합의 정신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학 재정에 관한 진실 담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