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대학정론] 교육혁신의 기회

2020.03.24 조회수 3,465 커뮤니케이션팀

대학 교수이자 올해 대학을 입학한 학생을 둔 학부형인 나에게도 2020학년도 1학기는 당혹스러움의 연속이다. 학기는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폐쇄된 캠퍼스의 텅 빈 강의실은 개강을 실감할 수 없게 만든다. 오프라인 강의 대신에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LMS를 통해서 수업을 관리하는 일은 교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신입생이 된 아들의 경우, 캠퍼스에서 대학 문화를 체험하지도 못한 채 오리엔테이션과 강의를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 난감하다. 가정에서 아들과 온라인 강의의 실효성을 위한 피드백을 나누면서 이 상황이 신속히 종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위기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곤 했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은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유럽에서만 약 1억 명이 사망하였다. 이 참혹한 재앙으로 유럽은 위기를 맞았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여 근세의 시대를 열었다. 가깝게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위기 이후에 진단검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여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우수한 진단 능력을 발휘하였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든 역사적 교훈을 고려할 때, 이번 “코로나 19”의 위기가 대학교육 현장에 가져다 줄 기회의 요인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교육혁신의 기회일 것이다.

모든 대학이 오프라인 강의를 늦추면서 한 달 이상을 온라인 강의와 원격 강의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각 학교마다 I-Class, e-Class 등 기존의 LMS에 온라인 수업을 강화한 학습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접속 폭주에 대비해 서버를 확장하는 등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 학습 환경 구축은 교육혁신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그 동안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받지 못하던 대학들은 이런 환경구축을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서 교육선진화 체계 구축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지 않으면 대학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면서 서둘러 이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의 교육혁신은 좀 더 앞당겨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프로그램 개발과 재정 지원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수는 온라인 강의와 원격 강의에 도전함으로써 스스로 교육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그동안 교수들은 PBL, 액티브러닝 등 교수법 혁신을 위해 많은 요구를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대학 강의 방식을 고수한 채 혁신교수법에 도전하지 않은 교수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교수가 혁신교수법에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촬영하여 온라인 수업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Webex, Zoom, Black board 등과 같은 원격 강의 시스템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영상제작, 실시간 강의 스트리밍, 유튜브 활용법 등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 동안 선택사항이었던 혁신교수법이 필수로 요구되는 만큼 혁신교수법 역량이 강화될 기회가 왔다.

학생은 창의적 사고와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21세기 인재상에서 빠지지 않은 핵심역량이 바로 창의적 사고와 자기주도역량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런 역량을 갖춘 인재를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은 교수들의 일반적 강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기주도적 참여가 낮은 교육 방식에 익숙했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고, 원격 강의가 보편화되면서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자기참여가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학습 주도권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주도성 아래서 창의적 사고를 가진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지금 상황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교육 당사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여러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있겠지만 이 상황을 교육혁신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 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있듯이, 교육혁신으로 대학교육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9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