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론] 고교학점제,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지난 2월 17일에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특성화고와 일부 일반고에 학점제가 도입되며, 2025년에는 전체 고교에서 학점 이수제를 시행하게 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교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졸업 이수 요건을 관리하게 함으로써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요인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환경 속에서 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교육과정 개정, 대입제도 개편, 교원 확충 계획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물론 교육부는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과 연계한 교육체제 혁신 로드맵을 마련하여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실적 과제들 중에서 대학이 주목해야 하는 건 역시 대학입시제도의 방향일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완전 도입되는 2025년을 기준으로 3년 후인 2028년 대입제도를 새롭게 재편할 계획이다. 따라서 대학은 입학생에 대한 대학의 선발권을 확대하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입시 정책을 수립하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에 따른 대학입시제도의 과제를 차분하게 점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고교학점제는 과목의 선택권 확대 및 내신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와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제도는 대학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입시 정책과 부합한다. 그러나 고교의 성취 평가로 인해 내신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우수한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수시와 정시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 현행 대입 제도는 큰 틀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입시의 개편 방안으로 정·수시 통합, 수능의 절대평가 내지는 자격시험화, 논술형 수능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안들은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에 대한 요구를 축소시키고 고교교육 정상화와 대학 선발권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입시 정책을 유도할 것이다. 이런 방향은 그동안 대학의 입시 담당자들이 일관되게 요구해왔던 바이기도 하다.
이제 대학은 내신의 실질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시 제도를 보다 더 단순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학의 특성화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교과목 포트폴리오를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의 과목 선택 방향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특별히 대학의 학과와 전공을 수요자중심으로 강화하고, 커리어 로드맵을 명확하게 설정하여 입시 홍보를 한다면 우수 학생 유치는 물론이고 고교학점제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 교육의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요청되고 있다. 이런 혁신은 각급 교육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별히 대학은 학생들의 미래를 이끌 지향점이자 임계점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학업을 설계해주고, 그들이 미래 희망의 사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대학들은 학사구조개선을 통한 미래지향적 전공을 확대하고, 커리어 로드맵에 기초한 수요자중심의 교육과정을 심화해야만 하는 이 엄중한 과제를 다시 한 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