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내 생각은] 경영학과 이강성 교수, 노사 신뢰회복이 노동개혁 첫걸음

2015.09.10 조회수 4,105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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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여행 가이드가 한 말이 기억난다. 중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3개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들이대’를 졸업해야 한단다. 아무도 신호나 질서를 안 지키기 때문에 빨리 가기 위해서는 차머리를 먼저 들이대기를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는 ‘돌려대’란다. 필요하다면 차선이 있어도 아무데서나 중앙선을 넘어 유턴이나 좌회전으로 마구 돌려대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빵빵대’란다. 먼저 가기 위해서는 빵빵거리며 위협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를 불신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운전자의 행동이 스스로 올무가 되어 교통을 더 혼잡하게 만드는 피해를 낳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서로가 상대의 발목을 잡아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결국 사회 전체의 발전이 지체된다. 

최근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사정 간 갈등은 교차로에서 운전자들이 ‘들이대’고, ‘돌려대’고, ‘빵빵대’며 서로 얽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노사정 주체들은 서로 상대에게 먼저 양보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교통경찰관 역할을 자처하는 기획재정부는 교통정리는커녕 운전자들의 화만 돋우고 있다.

노동정책은 경제정책이나 산업정책, 금융정책 등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다른 정책과 달리 노사 관계를 다룬다는 점이다. 올바른 관계의 형성은 반드시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상호 신뢰가 무너지고 관계가 올바르게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노동정책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노동개혁의 본질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임금자의 임금을 깎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지나친 격차를 해소하고 부족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다. 

필자는 최근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위와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한국노총 지도부도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 의지가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임금피크제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노사정의 목표가 다르지 않다는 점과 그동안 많은 부분에 서로 묵시적으로 합의해 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임금 삭감이나 뺏기의 부정 프레임에서 명예로운 양보와 늘리기의 긍정 프레임으로 전환해 보라. 내 주장과 내 이해보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라. 이것이 상생하는 노사 관계의 출발점이요, 비결이다.

이제는 더이상 촉박하게 시한을 못 박아 노사정에 ‘들이대’지 말고, 상대의 속마음을 모르고 자기에게 유리한 말로 ‘돌려대’지 말고, 상대에게 삿대질하고 ‘빵빵대’며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한 발짝 물러나 뒤엉켜 있는 서로의 모습을 보라. 가슴을 열고, 먼저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다시 회복하라. 글로벌 경쟁의 환경 속에서 노사정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성 삼육대 경영학과 교수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50910/73535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