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감성캠핑 ‘HOPE CAMP’
‘호프캠프’ 체험기
코로나19의 위협과 걱정으로부터 잠시나마 멀어져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혼자 캠핑’이 유행이다. ‘혼캠’과 더불어 ‘불멍’, ‘차박’ 등 신조어는 캠핑의 열풍을 실감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 대학 인성교육원이 ‘호프캠프(HOPE CAMP)’라는 감성 혼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교내에서 추억을 쌓고,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호프캠프는 한 학기에 총 30회가량 진행된다. 기상의 영향을 받는 캠핑의 특성상 20회 정도만 진행한 학기도 있다고 한다. 1~2주 만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학기 초부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매일 체크했다. 공지가 올라온 당일 바로 신청했다. 이번 학기 신청은 마감된 상태다.
‘코로나 학번’ 새내기를 위해 도입
기자는 10월 7일 목요일에 입소하는 캠프에 참가했다. 캠핑장은 교내 에덴관과 제명호 입구 사이에 있는 공터였다. ‘코로나 학번’ 새내기라 학교에 올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입소 시간인 오후 5시보다 빠른 4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진행요원들이 캠프의 활기를 보여주는 듯했다. 5시가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관련 안전설문을 끝내고 등록을 마친 학생들 사이에는 잠시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 하지만 적막도 잠시 통성명을 끝내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한 학생은 “코로나 여파로 교내에서 추억을 쌓을 기회가 없었는데 호프캠프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학생들이 모이고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진행요원은 “학우들 간의 관계 형성과 교내 추억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코로나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신입생을 위해 처음 고안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학년이 참가할 수 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캠프 진행과정과 식사, 잠자리 등에 대한 설명과 코로나 방역 안내도 이어졌다.
캠프 참가인원은 회차별 10명 이내로 제한된다. 장소의 한계와 코로나 영향 때문이다. 수시 발열 체크, 손 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개인용품 사용 등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전기식 초미립자 분무기로 객실과 공용 공간도 상시 소독해 안전하게 캠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만큼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 또한 캠핑의 묘미. 활동에 큰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야외활동은 실내활동으로 대체해 정상 진행한다. 이번 캠프 기간에도 비가 와서 ‘모닥불 토킹’과 ‘아침 산책’이 실내활동으로 대체됐다.
캠핑엔 라면이 ‘국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저녁식사 시간이 주어졌다. 방역을 위해 개인 화로를 지급해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었다. 라면이 메인이었다. 역시 캠핑은 라면이다. 라면 종류는 4가지 정도였고 넉넉하게 준비돼 있어 원한다면 몇 개를 끓여 먹든 좋다고 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라면을 야외에서 먹으니 얼마나 맛있겠는가. 옆 텐트 학생은 캠핑을 해본 적이 없어 캠핑도구를 처음 사용해보는데 야외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먹는 경험이 색다르다고 했다.
식사 후에는 ‘담요 시네마’가 진행됐다. 대형텐트 안에서 빔프로젝터를 통해 보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영화 제목은 ‘히든 피겨스’였다. 세 명의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이들은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을 당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나가는 이야기다.
영화가 끝나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며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등장인물 중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은 누군지, 닮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등 학생들은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호프캠프를 기획한 인성교육원 함주원 요원은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포기하는 이유를 찾지 말고 이뤄내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요원은 ‘히든피겨스’ 외에도 동기를 부여하고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진행요원은 “호프캠프가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다음 날 아침까지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지만 남들에게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오는 것을 약속하고 담요 시네마 시간을 마쳤다.
작은 공간, 큰 힐링
어느덧 밤 10시 반에 가까워져 있었다. 강수로 인해 안타깝게도 모닥불 토킹 타임은 진행할 수 없었다. 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불멍’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우리는 모닥불 토킹 대신 대형 텐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다들 낯설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레 관계가 진전돼 있었다.
잠시 짬을 내 함주원 요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아직도 호프캠프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가운데, 캠핑이 유행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학생이 캠프를 마치면서 ‘자신이 가져왔던 스트레스와 고민이 해소됐다’고 한 적이 있다”며 “텐트는 1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큰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토킹 타임이 끝난 밤 11시 30분, 안내요원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세면을 했다. 그리고 개인 텐트로 돌아와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기장 한쪽에는 단체 사진이 붙어있어 지난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코로나의 위협과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즐기는 캠핑은 낯선 환경임에도 편안한 감정이 들게 했다.
다음 날 아침 7시 30분, 기상 후 다 함께 대형텐트에서 아침을 맞았다. 아침까지도 비가 이어져 아침산책은 취소됐다. 간단한 달걀 토스트와 시리얼은 산뜻한 아침을 시작하기에 좋은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전날 나누기로 했던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홀로 해외여행 가기, 유명 인플루언서 되기, 자신의 한계 극복하기 등 학생들은 크고 작은 목표를 이야기했다.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통해 점점 마음의 확신을 얻어갔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뤄낼 것을 기약했다.
이재린(사회복지학과 21학번) 학생은 “코로나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호프캠프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평소에는 생각조차 못 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에게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1박 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