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김나미 조명탄] 칼랑코에와 은행나무

2021.11.01 조회수 2,175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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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미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매일 아침 연구실 문을 열면 칼랑코에의 분홍색 작은 꽃들이 익숙한 아침 인사를 전한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에 제자들이 가져다준 칼랑코에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처음 선물을 받았을 때, 화사한 작은 꽃들을 보며 정말 예쁘지만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앞섰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는 오늘까지도 꽃 무리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다. 중간중간 말라 죽는 꽃들도 있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끝에서 또 화사한 새 꽃들이 피어났다.

이제는 이 꽃들이 나에게 ‘계속해서 살아가는 삶의 힘’을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화두가 되고 있다. 작고 연약해 보이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편견, 시들기 시작하면 끝이 온다는 편견, 한계에 대한 성급한 편견들이 깨지고 있다.

‘계속해서 살아가는 삶의 힘’에 대한 화두를 발전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만남이 있었다. 올가을 여행에서 만난 용문사 은행나무다. 노란 은행나무를 기대하며 오른 용문사에는 아직 초록빛이 싱싱한 나무가 웅장하게 서 있었다. 실망한 마음으로 나무를 바라보던 나의 눈길이 나무 주변에 떨어진 수많은 은행 열매들에 꽂혔다.

나무 옆 현판에는 오랜 세월에도 살아남아 ‘천왕목’이라고 불리는 1100살이 넘은 이 노목이 아직도 매년 약 350㎏ 정도의 열매를 맺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 글을 보며 ‘살아있는 한 열매 맺는 삶’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오래된 나무라 생존만 할 거라는 편견이 깨지고 오래 살면서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묵직한 교훈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칼랑코에 꽃을 통해 ‘계속해서 살아가는 힘’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면, 용문사 은행나무를 통해서는 ‘살아있는 한 열매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한 단계 더 성장한 귀한 교훈을 배우게 됐다.

인간의 수명도 연장되고 있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경험하는 세대가 됐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는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100세 시대가 도래했음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단지 오래 사는(living longer)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사는(living well) 것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에게는 용문사 은행나무처럼 길게만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한 열매 맺는 삶’, 즉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칼랑코에처럼 계속 꽃피는 삶, 용문사 은행나무처럼 지속적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칼랑코에는 시들어가는 가지 끝에서 새 꽃이 피어난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아직도 가지마다 생명력이 생생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이들이 주는 인생 교훈의 핵심에는 ‘멈추지 않는 자아 확장의 노력’이 숨어 있다. 우리도 그들처럼 주어진 상황에 반응만 하며 부정적이고 원하지 않는 것을 피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자아 수축의 삶이 아닌,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아 확장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 수축은 불안으로 행동하는 것이고 자아 확장은 사랑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알렉스 룽구는 그의 책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에서 그 비결을 알려주고 있다.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비결은 불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마이너스를 0으로 만들려는 마이너스 라이프가 아니라 사랑에 이끌려 더 나은 선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플러스 라이프를 사는 것이다!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1029/1/BBSMSTR_000000100134/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