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미 조명탄] 우상혁 선수의 진짜 충성
싱긋싱긋 웃고, 응원 유도하고
비록 목에 건 메달은 없지만
더 빛나는 금빛 정신의 승리
[김나미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한여름의 열기만큼 뜨거웠던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스포츠와 더불어 다양한 선수들의 감동적인 인생 서사가 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중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안겨준 보석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국군체육부대 소속 일병 우상혁 선수였다.
그는 올림픽의 결선, 그 비장하고 엄숙한 자리에서 결코 본 적이 없는 신기한 모습을 세상에 보여줬다. 색이 다른 운동화를 신고, 싱긋싱긋 웃고, 응원을 유도하고, 성공할 때마다 겸손하기보다는 마음껏 자신의 성취를 즐기고, 무엇보다 메달을 따지 못하는 4등을 하고도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낯설면서도 신선한 모습이었다. “항상 긍정적이게 실패를 쿨(cool)하게 떨쳐버리고 다시 도전하면 즐거움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아요.”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한 그는 2m35cm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개인 기록을 4cm나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우상혁 선수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눈에 띈 선수가 영국의 국가대표 복싱 선수 ‘벤저민 휘태커’였다.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쳤다. 매우 실망스럽고 실패자가 된 기분이다. 선수라면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한다. 이런 기분을 또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그는 남자 복싱 라이트 헤비급 결승전에서 판정패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굳은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고 은메달을 받은 후 목에 걸지도 않았다. 곧장 메달을 주머니에 넣고 눈물을 흘렸다. 은메달을 따는 성취를 이루고도 ‘실패’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두 선수의 대조되는 모습과 소감을 살펴보며 얼마 전 알게 된 김민기의 ‘봉우리’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그는 올림픽 승자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오히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피력했고 그렇게 탄생한 곡이 ‘봉우리’다.
이 곡은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봉우리를 오른 이유는 단지 “사람들이 손을 들어 가리키기” 때문이고 꼭대기에서 남 보란 듯이 “손을 흔들고 고함칠” 생각과 “늘어지게 한숨 잘” 보상을 위해 땀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힘겹게 오른 정상에서 ‘땀의 대가를 누려야 할 정상은, 또 다른 삶의 수고가 필요한 길의 초입이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하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세상이 가리키는 저 높은 곳이 아니라, 거창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바로 여기”라는 빛나는 통찰과 위로를 선물하는 곡이다.
“다음 올림픽이 3년 남았다. 지름길로 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한발 한발 준비하겠다. 예전엔 동메달이 목표였는데 뛰어보니까 금메달도 가능하겠더라. 없었던 자신감이 불타올랐다.” ‘봉우리’를 추구하는 세상의 시선이 아니라 인생의 ‘바다’의 의미를 깊이 사유하는 20대 청년 우상혁의 통찰이 놀랍다. 비록 목에 건 메달은 없지만, 더 빛나는 금빛 정신의 승리다.
우상혁은 5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군인 신분 최고의 표창! 충성”이라는 말과 함께 “우상혁 일병은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이자, 우리 군의 자랑”이라는 서욱 국방부 장관이 보낸 축전을 공개했다. 군 복무 경험은 ‘리스크’가 아니라 ‘고마움’이었다는 우상혁 선수. 모든 도전을 유쾌하게 마무리하며 보여준 결연한 경례와 승리보다 성장을 기뻐하고 지금 여기에서 충실한 것이 더 소중하다는 긍정적인 군인정신이 진짜 ‘충성’이다.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811/1/BBSMSTR_000000100134/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