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독, 해결책은 없는가
중독자, 죄인이라기보다 환자로 보아야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하지만 잘못 절대 용인 안 돼
[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중독이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인들까지 그 심각성과 대책의 시급함을 인식하고 있다.
국어대사전에서 중독의 정의는 “생체가 약물, 독물, 독소의 독성에 치여서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지만, 요즘은 약물뿐 아니라 도박, 쇼핑,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은 행위 중독의 문제도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중독의 조건은 “강박적 사용, 조절 능력의 상실 그리고 나쁜 결과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계속된 사용”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원래 중독의 영어 단어(Addiction)는 ‘~에 사로잡히다’ 혹은 ‘~의 노예가 되다’라는 뜻의 라틴어(Addicere)에서 왔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것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것에 사로잡혀 자신의 행동이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행동의 주(主)가 그리스도가 아닌 중독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이 삶을 조종하게 된다. 그래서 중독자는 자신의 영혼을 중독 대상에게 맡긴 사람이다.
어떤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을 마니아(mania)라고 한다. 그런데 마니아와 중독자의 차이는 그 행동의 결과에 있다. 마니아라고 한다면 어떤 것에 몰입하는 것에 따른 결과가 나쁘지 않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중독의 조건 중에 하나가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결과가 생김에도 특정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것에도 중독에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중독되어 눈에 띄게 나쁜 결과를 내는 것들이 있다. 알코올, 니코틴,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코카인 등과 같은 물질과 도박,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은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것들에 중독될 경우 건강을 해치고 폭력이나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가정이 붕괴되며 삶이 피폐해진다.
종국에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 사회는 중독자를 마치 죄인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중독자가 여러 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혼을 중독 대상에게 맡겼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타인을 폭행하거나 심지어 살인도 한다. 개인이 총을 소유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술에 취해 살인하는 경우가 잦아 백여 년 전에는 술 자체를 죄로 간주 했다. 하지만 사람이 살인을 한 것이 아니라 술이 그렇게 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중독자를 죄인이라기보다 환자로 보아야 한다.
중독의 원인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중독에 빠지는 것일까? 어떤 중독이든 간에 뇌 속의 도파민 쾌감 중추와 관계가 있다. 중독이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데 필수적인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의 뇌 속 경로를 활성화시킨다. 도박이나 쇼핑에 중독된 사람들이 그 행동을 할 때, 마치 마약을 투약했을 때와 같이 도파민 전달 체계가 빠르게 움직인다. 원래 보상의 느낌을 받게 해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도파민의 역할이다. 그런데 도파민을 더 활동적으로 만드는 물질이나 행위를 접하면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런 물질이나 행위에 더 잘 유인되고, 그런 것들에 노출될 경우 중독에 더 잘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중독에 더 잘 빠지는 사람은 보상을 주는 것에 더 잘 끌리는 사람, 재미를 더 추구하는 사람 그리고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고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나 강렬한 쾌감을 주는 도박을 접하게 되면 중독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런 물질이나 행동을 접하게 되는 환경이 중독에 빠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그래서 마약이나 도박의 경우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차단하는 것이 중독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 미디어를 이용한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 들은 몇 번 재미로 해보는 것만으로도 중독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중독자의 특성
중독자는 중독이라는 병에 걸린 것이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회복시켜야 한다. 중독자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먼저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비정상적인 태도가 있다. 첫째, 중독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화를 단절하고, 비난을 받으면 자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표현을 한다. 때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피해자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둘째, 중독자는 즉각적으로 쾌감이나 보상을 주는 것에만 몰두하고 미래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셋째,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한다는 염치없는 생각을 한다. 만약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법으로 타인의 소유를 빼앗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넷째, 중독자는 자신이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독의 영향으로 생길 수 있는 좋지 않은 결과들을 이야기해도 그것에 동의하지 않고 거드름을 피운다. 끝으로 중독자는 살아가면서 조그마한 어려움이 생겨도 참지 못하고 그것을 잊기 위해 중독 행동을 한다.
중독으로부터의 회복
중독자를 돕고자 한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첫째, 막연히 겁을 주거나 회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비난하거나 설교하려는 것은 오히려 중독자에게 반감을 줄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특히 약물이나 중독 행위로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에 서 논쟁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폭력이 유발될 수 있다.
둘째, 감정에 호소하지 말라. 중독자가 감성적이 되어서 지나치게 죄책감을 느끼면 자기 처벌의 방식으로 중독 행동을 하게 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셋째, 문제가 되는 중독의 결과를 그냥 보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중독자가 중독 때문에 소홀하게된 역할이나 업무를 대신해 주는 것은 그 중독 행동을 계속하도록 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독 행동의 결과에서 구제해 주거나 두둔하는 것도 그렇다. 예를 들어 도박 빚을 갚아 주는 것이 도박에서 벗어나기 더 힘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중독자의 회복을 위해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먼저 중독자를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하지만 중독으로 인해 생긴 잘못된 행동은 절대 용인될 수 없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입게 되는지를 가슴 깊이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독의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단, 중독의 결과를 해결하는 주체는 반드시 중독자여야 한다.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정말 힘들다. 효과가 입증되어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운영되어 온 알코올 중독자 자치 모임(AA)에서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강조한다. 중독자에게는 중독의 대상이 우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자신이 행동의 주인이 되어야 비로소 완전하게 중독에서 벗어난 것이다.
위드인뉴스 http://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97&no=26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