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기고] 인구감소사회 디자인 서둘러야

2021.01.25 조회수 3,153 커뮤니케이션팀

정선철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한겨레> 기고문

사상 처음 출생자가 사망자를 밑도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그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총인구의 감소이다. 한국 인구는 1960년(2501만명)부터 60년간 2681만명 늘었다가, 2020년 정점(5182만명)을 찍고 향후 80년간 2686만명 줄어들 전망(2100년 2496만명)이다. 140년 사이에 산업화와 함께 인구가 두배로 급증했다가 롤러코스터처럼 원래의 규모로 다시 급감하는 패턴이다.

둘째, 연령대별 인구 불균형의 심화와 1인가구의 급증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로 젊은 사람은 줄고 노인은 늘면서 혼자 사는 가구도 급증하는 늙은 나라로 변해간다. 셋째, 지역별 인구분포 불균형의 가속화이다. 인구의 50.2%가 수도권에 집중하는 구조 속에 인구감소는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인구는 사회변화의 기본 모수다. 지금까지 암묵적인 전제였던 인구증가에서 그 정반대의 인구감소로의 역회전은 학교·군대·생산·납세의 감소, 의료복지 및 재정 악화, 행정구역 통폐합 등 사회 전반을 수축시키는 근본적 변화를 강제할 수 있다. 인구감소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 디자인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보다 10여년 빨리 이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인구감소가 일상화되면서 새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논의가 많다. 선행 사례에서 몇가지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총인구 규모의 적정화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1945년(7199만명)부터 63년간 5609만명 늘어나다가 2008년 정점(1억2808만명)을 맞아 향후 92년간 6836만명이 줄어들 전망(2100년 5972만명)이다. 우리와 유사한 패턴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인구감소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총체적인 국력 저하를 막기 위해 높은 인구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현 인구는 과잉이다, 청년·여성·고령자의 일자리 기회나 지구 환경과 기후 대응에도 오히려 일정한 인구감소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인구감소가 계속될 경우 사회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일본은 2060년 약 1억명을 적정인구 목표로 내걸고 이 수십년 과도기를 견뎌내어 연착륙할 수 있는 특단의 이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이 적정인구 목표 실현은 출산율 향상, 특히 미혼자의 결혼·출산 회복을 통한 연령별 인구의 재균형에 달려 있다. 일본 청년들은 90%가 조건이 되면 결혼하여 아이를 2명쯤 낳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 출산율은 1.42명(싱가포르 1.14, 홍콩 1.07, 대만 1.06, 한국 0.98보다는 높음. 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인구감소 시대에 청년들의 눈물을 흘리게 하면 결국은 사회가 피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래서 청년들의 높은 생활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인생 전반기 세대에 대한 사회보장’이 강화되고 있다. 청년들의 결혼 장애요인을 없애고 나아가 태어난 아이들이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같은 출발선상에서 인생을 시작하도록 돕는 교육·고용·주택 지원이 그것이다.

셋째,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으로 지역별 인구분포의 재균형이 중시되고 있다. 도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로 청년층을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전국 최저의 출산율(도쿄도 1.15. 지방인 오키나와현은 1.82)을 기록하고 일본 전체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악순환을 끊는 지역격차 해소 방안으로 수도권 일극집중에서 다극분산형 발전이 추진되고 있다. 그 핵심은 수도권 등 도시 청년을 지방 농촌에 내려보내는 일이다. ‘지역부흥협력대’와 같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여 귀농귀촌을 돕고 있다. 또 지방이 수도권에 인구를 뺏기지 않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한 지자체 단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이웃 지자체끼리 행정구역의 벽을 넘어 생활 인프라의 거점 조성 및 통합을 도모하는 정주생활권 정책이 강조되고 있다.

일본 역시 인구감소 문제로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한국과 유사점 및 차이점이 있다. 어쨌든 한국은 인구감소 속도가 특히 빠를 수 있어, 충격이 적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선행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압축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01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