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기고] 알코올의 파괴성

2021.04.27 조회수 2,391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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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 前 한국건강심리학회장 / 한국중독상담학회 부회장]

한국사회가 음주에 관대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서양보다 동양에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거나 적은 사람들이 많아 아시아 국가들의 음주율이 대체로 훨씬 낮지만, 예외적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음주율을 보인다. 심지어 한국 사회에서는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TV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사회적 관계를 활성화하는 음주의 기능이 더 주목받고 있다.

적당하게 취했을 경우 알코올이 사회적 상황에서 순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많이 취했을 때나 거의 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알코올은 사람이 파괴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많은 폭력 및 살인사건이 음주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 상태에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도 많다.

알코올은 중추신경 억제제인데 어떻게 음주 상태에서 흥분해 폭력을 행하는 것일까? 우리는 분노, 두려움, 미움의 감정, 원한이나 공격성, 억울한 생각 등을 평소에 억제하고 있는데 알코올이 그 억제의 힘을 풀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그런 감정과 생각이 강한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에서는 술을 폭력 범죄의 원인으로 봤다. 총기를 소지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미국에서는 알코올 자체를 범죄의 원흉으로 생각하게 됐다. 19세기에 이르러 음주 후 총기에 의한 살인이 너무 많아졌다. 미국이란 국가 특성상 총기는 없애기 어려웠기에 음주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920년에는 주류를 판매하거나 수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금주령이 시행되기도 했다. 지금도 미국은 음주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연령 수준이 한국보다 높은 만 21세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음주를 더 혐오하게 된 것은 알코올 뒤에 숨어있는 파괴적인 모습 때문이다.

한국사회도 음주가 폭력을 일으키는 것에는 동의하는 듯하다. 법정에서도 범인이 음주 후에 폭력범죄를 범했을 경우 폭력을 행한 것이 알코올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폭력범죄 행동의 책임을 알코올에 돌려 음주한 사람의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적절한지를 떠나 알코올 뒤에 숨어져 있는 폭력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음주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규범도 변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도 알코올의 무서운 속성을 고려해 음주의 부정적인 면이 더 주목받아야 한다.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key=%BB%EF%C0%B0%B4%EB&page=2&section=1&category=97&no=24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