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기고] 심리학자가 본 ‘끈기’

2021.09.17 조회수 4,921 커뮤니케이션팀

[정성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금연, 다이어트, 어학공부 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새해 결심의 단골 메뉴이자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 때가 많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결심하고 목표를 정하기는 쉽지만 온갖 난관을 이기고 끝까지 실천하여 목표를 이루는 것은 어렵다.

이는 자신의 상태와 수준을 잘 모르고 목표를 세웠거나, 실패로 이끄는 요소들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끈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전을 보면 끈기(끈氣)란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버티어 나가는 기운’이다. 끈끈하다, 끈적하다, 끈덕지다, 끈질기다 등의 단어를 보더라도 ‘끈’ 자에는 달라붙어서 웬만하면 끝까지 붙어 있는다는 어감이 있다.

끈기가 ‘근기(根氣)’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즉 뿌리가 나무를 지탱하듯이 참을성 있게 견뎌 내는 힘, 기본에 충실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저력이 바로 끈기인 것이다. 사회에서는 게으름과 나태함을 부정적으로 보고, 끈기와 근면함을 도덕적으로 높이 평가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끈기 있게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성공과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끈기

긍정심리학자들은 끈기(persistence)를 ‘여러 가지 난관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자발적으로 지속하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여 완성하는 능력이자,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행동을 지속해 나가면서 과제를 완수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자세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려움에 맞서 굴복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용기와 비슷하지만, 공포가 아니라 권태, 좌절의 고통, 나태함의 유혹을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 용기와 다르다. 비슷한 말로는 인내(perseverance)와 근면성(industriousness)이 있으며, 최근에는 기개, 투지, 불굴의 정신 등으로 불리는 그릿(grit)이 끈기와 유사어로 사용된다. 골턴(Galton)은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지적 능력, 열정, 끈기 있는 노력을 꼽았다.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아동기를 연구한 콕스(Cox)는 IQ 수준을 제외하고 자신감, 인격적 감화력 그리고 동기와 노력의 지속성이 공통점임을 밝혀냈다. 목표를 성취하는 사람들은 낙수가 바위를 뚫듯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행동을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을 견디고 즐긴다.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학습된 근면성 이론에서는 사람은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 따르는 노고를 피하고 싶어 하지만, 노력하는 과정에서 칭찬을 듣거나 보상을 받고 내면에서 만족감을 느끼면 끈기가 향상되고 이렇게 강화된 끈기는 다른 일에도 확산된다고 주장한다. 자기결정이론에서는 목표를 향해 노력을 기울이고 유혹을 이겨 내려면 자기조절 능력이 필요하며, 이 능력은 내재적 동기가 높을 때 강화된다고 본다.

내재적 동기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다는 바람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을 때 상승하지만, 처벌의 위협, 평가의 압박 혹은 목표나 완성 시간의 강요가 있으면 감소한다. 또한 끈기는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목표는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구체적으로 달성 가능한 난이도로 즉시 실행할 수 있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끈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여 성공을 거두게 되고, 인내심은 물론 기술과 역량이 향상되며, 자기효능감과 자신감이 향상되어 다시 끈기가 더 강해지는 유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에 집착하여 노력과 시간을 낭비하거나, 낡은 것을 고집하여 희생을 초래하거나, 이미 투자한 시간, 노력, 자금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거나, 거의 목표에 가까워졌다는 느낌 때문에 그만두기 힘들거나, 공적인 책임감과 체면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끈기를 지속하느냐 그만두느냐를 알고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과도하게 성취 지향적인 사람이나 문화가 개인과 가족과 조직에 끼치는 악영향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끈기 증진 방법

끈기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노력에 대한 보상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를 키울 때 성적과 결과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배움과 과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어릴 때는 성과를 내는 것 같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도전을 피하며 본격적으로 끈기를 발휘해야 할 때 이미 소진되어 버리고 만다. 또한 노력과 과정에 대한 칭찬과 보상은 과도하지 않게, 가끔씩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스스로 즐겁게 몰입하는 것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끈기를 강화시키려면 우선 자기를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현재 수준과 성격과 장단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목표를 적절하게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중요한 것부터 목표를 세워 글로 적어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이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과 결과를 상상하며, 목표를 소리 내어 외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여 책임감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할 일 목록을 만들어 점검하면서 해보는 습관을 들이거나, 중요한 일은 마감 시간보다 하루나 이틀 일찍 완성해 보거나, 끈기의 모델을 따라해 보거나, 농작물을 기르거나, 시간관리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매주 다섯 가지 작은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작은 것부터 성공의 경험을 누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백 일 동안 피는 끈기의 꽃 무궁화는 매일 아침 새 꽃이 핀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 모두 매일 아침 새로운 결심을 품고 소걸음으로 천 리 길 간다는 말처럼 인생길을 끝까지 행복하게 완주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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