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손애리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교수]
1988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세계 에이즈의 날’이 올해로 33번째를 맞는다. 1988년 148개 국가의 보건장관회의에서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교육홍보, 인권 존중을 강조한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12월 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로 정했다.
전 세계 각 나라에서 매년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를 개최하여, HIV 감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고취하고,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이하 에이즈) 예방, 질병에 대한 낙인과 감염인에 대한 차별 감소 등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하여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 에이즈의 날 캠페인은 UN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기반한 글로벌 의제에 따라 전 지구적 접근 전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이바지했다.
에이즈는 한국에서 1985년에 첫 사례가 보고된 후 35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감염병이다.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7800만명이 HIV에 감염됐고, 3500만명이 에이즈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발생한 상황이어서 HIV 감염인이 결국 결핵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에이즈 관련 민간단체는 에이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파트너십을 활용하여 에이즈에 대한 낙인을 방지하고 감염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 에이즈 예방과 치료를 독려하고, 감염인과 그들의 인권을 지지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 정부도 대국민, 감염 취약군에 대한 홍보와 검진으로 질병 예방과 조기 발견된 HIV 감염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은 감염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여 국민건강증진과 건강형평성의 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에이즈 관련 민간단체와 지역사회, 대학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서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잘 수행하고 있으나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인권 개선과 콘돔 사용의 장려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과거에는 국제사회의 에이즈 대응이 목표 달성을 위하여 점진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진행했다고 한다면, 2015년 이후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에이즈 감염병을 종식하는 것’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HIV 감염 인지율 90%, 감염 진단된 사람 중 치료율 90%, 치료받은 사람 중 바이러스 억제율 90%를 중간 목표로 설정하고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에이즈에 대한 30년 이상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에이즈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정치적 결단과 실천, 인권에 바탕을 둔 HIV에 대한 인식이 없이는 각 국가 내에서의 프로그램 실행과 기금 조성 및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접근 또한 가능하지 않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에이즈에 대하여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와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이즈는 이제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만 잘하면 평생을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심해 에이즈 관리를 어렵게 한다.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우리의 인식이 개선되고 편견이 감소해 감염인을 포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고 에이즈 감염병의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934635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12/1233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