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대학정론] 입시 위기의 전망과 대응

2020.02.07 조회수 3,500 커뮤니케이션팀

정시 합격자 발표가 완료되면서 2020년 입시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시 등록 이후의 미등록 충원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일부 대학들은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 이후의 추가 모집까지 신경을 써야만 한다. 이 절차가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특별히 정시경쟁률 하락으로 인한 “미충원”에 대한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대학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번 입시에서 약 80%의 대학들이 지난해보다 낮은 정시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히 정시 모집 경쟁률이 3대 1 미만으로 나타난 곳이 46개(22.4%, 4년제 대학 기준)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미충원 사례가 가시화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런 현상은 2021년 입시에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 대입자원(479,376명)은 대입 정원(497,218명) 대비 1만7842명이 부족한 실정이었지만, 내년에는 7만6325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올해에 비해 미충원율이 다섯 배(3.6%→15.3%) 가까이 증가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입시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21년에 실시될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신입생 충원율 지표 점수가 3배로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에 대학평가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학생 충원은 최우선 과제가 되고 말았다. 이런 긴박한 환경에서 정부와 대학 및 교육수요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응 방법을 심도 있게 모색해야만 한다.

정부는 대입 정원 축소를 위한 대학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평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그 평가와 연계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특별히 부실대학을 정리할 수 있는 대응 법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하며, 건전한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부금법과 같은 안정적인 대학 재정지원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이런 요구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개혁 이슈가 등장한 이래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 관련 법안들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입 정원과 지원자 사이의 역전 현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그동안 논의된 해법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대부분의 해법이 정부의 결단 여하에 달려 있는 만큼 교육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대학 및 교육수요자와의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대학구조개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대학은 신입생 유치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강도 높은 개혁과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각 대학의 발전계획은 대학 고유의 비전 및 목표에 따라 입학에서부터 졸업 및 취업에 이르기까지 투입-과정-산출의 구조로 수립된다. 특별히 입학과 취업의 가시적인 성과는 대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데, 그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이 요청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혁신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학사구조개혁, 교육과정 개선, 교수학습의 혁신 및 질 관리 체계 확립 등의 영역에서 긴박하게 요구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전체 구성원들, 특히 교수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교육 경쟁력의 주체인 교수들이 혁신의 길에 서서 변화를 주도하는 대학에 학생들이 입학할 것이고, 졸업생들이 취·창업의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경쟁력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진로 설정 및 학습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도래하고 있는 초현실사회를 선도할 지도자로 양육해야 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의 혁신 못지않게 학생들의 체계적인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학생들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통해서 자신의 진로와 학습역량을 키우고, 그에 맞는 전공 및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받아야 한다. 자신의 진로와 역량에 맞는 전공 및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대학이 혁신을 통해서 제공하는 교육과정과 진로지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생들은 그에 맞는 교육경험을 축적해야하기 때문에 중등교육 정책과 입시정책 역시 그에 맞춰 수립되어야 한다.

현저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시 위기의 가속화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대학과 교육수요자의 대응은 매우 긴급한 과제가 되었다. 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주체들 간의 소통과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각 주체들 간의 전략적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그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술들이 필요해 보인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7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