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칼럼] 숏폼 시대 디지털 디톡스

2024.09.11 조회수 148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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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IR센터 팀장 / 콘텐츠학 박사]

1970~1980년대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던 텔레비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 전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을 집집마다 한 대씩 들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디어 노출이 적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다르다. 누구나 다 ‘작은 텔레비전’으로 지칭하는 스마트폰을 항상 몸에 소지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의 기능을 대신하는 유튜브와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텔레비전보다 더 작은 화면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생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뱅킹과 같은 금융 서비스, 모바일 쇼핑 플랫폼을 이용한 쇼핑 활동, 사람들과의 친목 도모가 이루어지는 카카오톡, 밴드, SNS 등의 메신저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까지 모든 활동이 전부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기기의 놀라운 성장을 함께 이루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과도한 정보의 범람으로 사람들은 더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시각적 숏폼 콘텐츠는 유익한 가치를 전달하기보다 단순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연령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이 이용하는 최대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유튜브’는 이제 텔레비전을 대신하는 거대 콘텐츠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 가운데 장시간 노출되는 긴 영상보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 등 재생 시간이 짧은 ‘숏폼 콘텐츠’가 그야말로 대세가 되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있다.

과도한 정보의 범람,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의 문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모바일 기기로 유튜브를 시청한 시간은 19억 5000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2023년은 전년 대비(2022년 9월 총사용 시간은 13억 8057만 시간) 41% 증가했다. 유튜브 사용량의 급격한 상승은 쇼츠의 인기가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재생 시간으로 이루어져 순식간에 시청자의 이목을 끌 수 있고 순간 집중력을 높이는 데 유용한 콘텐츠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가미된 숏폼 콘텐츠가 과다하게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숏폼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 노출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숏폼 콘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인지 능력 저하, 수면 장애, 불면증 등 신체적 기능이 퇴화할 수 있다. 실제로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때 사람들의 뇌파를 측정하면 전두엽의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뇌 전두엽은 기억력, 감정 조절, 사고력을 담당하는데 자극적인 숏폼 영상에 중독될 경우 산만하고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또한 몰입과 집중을 방해해 한창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감을 크게 저하하는 요인이 된다. 그들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방해받아 평소 산만한 기분이 들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 같은 디지털 방해 현상은 현대인이 일상생활을 온전히 지속하는 데 어려운 요인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휴식과 ‘디지털 디톡스’ 필요성 대두

최근에는 이러한 디지털 중독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손이나 주머니 안에 항상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잠시 중단하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독서, 운동, 취미 활동 등 다양한 여가를 즐기며 피로해진 심신을 회복하는 것이 취지이다.

실제로 해외 일부 국가들은 숏폼 콘텐츠의 지나친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4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에게 하루 40분만 틱톡을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유타·메릴랜드·사우스다코타주는 틱톡 사용을 전부 금지한 상태이다.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일상 속 평범한 습관을 길들여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를 내려 두고 숏폼에 길들여진 눈과 감정을 돌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숏폼 콘텐츠가 더 이상 일상에 스며들지 못하게 집중적으로 숏폼 시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유익하게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예방책이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을 막기 위한 앱 ‘넌 얼마나 쓰니’는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해 주고, 또 다른 앱 ‘스라밸’은 스마트폰 사용량 확인을 수시로 가능케 함으로써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포레스트’라는 앱의 경우 30분 이상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가상의 나무를 한 그루 만들어 주고, 30분을 참지 못한 채 다른 앱을 실행하면 자라던 나무가 죽어 버리는 독특한 콘셉트의 앱이다. 앱 실행과 동시에 스마트폰은 무음 모드로 변경되어 과도한 숏폼 콘텐츠 이용을 의식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이 앱에선 다양한 나무를 길러 숲을 가꿀 수 있고 친구와 경쟁하며 스마트폰 중독 예방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월간 <가정과 건강>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