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명지원의 명명백백] 원주민의 노래

2023.03.02 조회수 2,069 커뮤니케이션팀

[명지원 교직과 교수]

두 해 전, 필자가 속한 문인협회에서 작사 작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과 같은 장엄하고 메시지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해 연구실 창문을 열면 반겨주는 불암산(佛巖山)을 제목으로 작사하기로 했다.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에 걸쳐 있는 불암산 정상에서 수락산 방향으로 내려다보면 불암산 비탈에 부처를 빼닮은 바위가 신비롭다. 우리 대학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송낙 쓴 스님 모습이다. 기독교인인 내가 ‘부처 바위’라는 뜻의 불암산을 묘사하는 게 관건이었다.

작사 작업은 또 다른 세계였다. <불암산>이라는 작품의 탄생은 그야말로 산고(産苦)였다. 가사에 사용된 어휘는 고상하되 너무 어렵지 않아야 하며, 각 행의 단어가 동일한 흐름을 유지하고, tie와 slur가 각 절마다 동일해야 한다. 난고의 작품은 유튜브에 둥지를 틀었다.

음악은 나의 힘이요 영감이다. 캐나다에 오면 한인공동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음악회에 참석한다. 레퍼토리는 주로 한국 가곡, 세계 명곡으로 구성되며, 교회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성곡까지 포함한다. 지난해 10월 교회 헌당식에 그동안 자주 초대된 남녀 성악가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공연 후, 캐나다 원주민(인디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음 공연에는 원주민 노래도 함께 불러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것이 그들 고유의 명절, 축제, 언어를 금지하며 종족학살, 문화파괴를 자행한 캐나다 정부와 종교계의 역사를 기억하고, 교회가 예수의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들은 흔쾌히 약속했다. 공연 곡이 녹음된 CD 선물도 받았다. 공연마다 원주민의 음악이 우리 가곡 및 세계 명곡과 함께 울려퍼질 날을 고대한다.

※ 명지원 교수가 <토론토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칼럼명 ‘명명백백(明鳴絔𩗀)’은 한자성어 ‘명명백백(明明白白)’의 음가를 차용해 그가 직접 만든 조어다. ‘明(밝을 명)’과 ‘鳴(울릴 명)’,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맨다는 뜻의 ‘絔(깁다 백)’,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부는 바람을 뜻하는 ‘𩗀(동남풍 백)’을 썼다. 즉, ‘밝게 울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어, 동남쪽(우리나라)에서 서쪽(서구 문명)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https://www.cktimes.net/opinion/%EB%AA%85%EC%A7%80%EC%9B%90%EC%9D%98-%EB%AA%85%EB%AA%85%EB%B0%B1%EB%B0%B1-%EC%9B%90%EC%A3%BC%EB%AF%BC%EC%9D%98-%EB%85%B8%EB%9E%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