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호사 공급과 수요의 아이러니
[김일옥 삼육대 간호대학 교수]세계 최고 수준의 간호대 정원 증가율을 기록하는 나라 대한민국. 그러나 배치 수준은 세계 꼴찌권에 머무르고 있다. 간호대 입학생은 최근 15년간 2.6배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증가율이 5.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명과 비교해도 두 배에 가깝다. 폭발적인 간호사 공급에도 의료 현장은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여전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체 의료기관의 43%가 법정 간호사 정원을 지키지 않고 있다.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정말 없는 걸까. 우선 간호사의 양적 공급 증가에도 간호사가 부족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질병을 가진 고령인구 급증과 가족의 돌봄 기능 약화로 가정요양 대신 입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의료서비스는 OECD 평균 2배의 이용량을 보인다. 또 의대 정원이 30년 넘게 동결되다 보니 의사도 많이 부족해 간호사 업무량이 크게 늘었을 것이다.간호사 재직 기간이 전체 산업 직종 평균보다 짧은 것도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임상 간호사는 24시간 내내 환자 곁을 지키며 간호해야 하는 특수한 근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간호사는 결혼 적령기 여성이고, 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할 것이냐 아니면 포기할 것이냐의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모성보호 환경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간호사들은 차선책으로 상근직 일자리를 찾게 되고, 경력 단절자들이 양산되는 구조가 된다. 경직된 3교대 근무만이 아니라 다양한 근무제도를 통해 일·가정 양립은 물론 일·생활 균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또한 지역적 분포의 불균형도 이유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역적 격차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 1992년 제정된 ‘간호사 등의 인재 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권장 표준임금, 적정 수준의 간호사 확보와 주거 안정을 통해 지역 간 간호사 인력 불균형이 없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병원 개설자 역시 해당 병원에 간호사 인력을 확보해 지역 간 격차를 대부분 해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이 모두 병원장 재량으로 이뤄진다. 의사는 지방일수록 높은 임금을 받지만 간호사는 반대로 더 낮아져 지방병원의 간호사 구인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령화로 환자들은 더 늘어나고, 팬데믹이 또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지치고 힘들어 병원을 떠나는데 국가와 전문직 단체는 그냥 있어야 하나. 간호사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 전문직 개발의 책무, 일·가정 양립, 적정 환자 수 배정으로 적정 업무 부담을 규정해 환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안전한 간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법 제정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 난관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바로 그게 간호법 제정이다.국민일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40750?sid=110
202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