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론] ‘기후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문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평적인 인식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종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위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예견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빌 게이츠는 코로나 19보다 더 위험한 것이 기후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금의 코로나 19 사태가 기후 변화로 인해 입게 될 거대한 피해를 예견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대로 기후 변화가 인류 사회의 최대 위기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전제할 때, 대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이 물음에 대한 답변 중 하나로 교양 교육과정에서의 기후 소양 교육을 제안한다. 과거 1·2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리터러시’(literacy·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는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였다. 이 문해력의 영역은 3·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서서 ‘디지털 리터러시’(정보기술 활용 능력)로 확장됐다. 대학 교육은 이에 맞춘 교육 과정 및 교육 방법을 개발했다. 전공은 물론이고 교양의 영역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는 현대인들의 필수 역량으로 강조됐다. 그러나 오늘날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화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문해력이나 디지털 문해력 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는 또 다른 분야에서 ‘리터러시’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기후 리터러시’(Climate Literacy)이다.‘기후 리터러시’(기후 소양)란 기후과학 리터러시(Climate Science Literacy)의 줄임말로,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가 인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력을 말한다. 기후 변화는 인간의 생활영역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기후 변화의 가속화가 지구의 생태 시스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반도 전역에 피해를 주었던 54일 간의 긴 장마를 포함해서 연속적으로 한반도를 강타한 강력한 태풍 등은 기후 변화가 우리의 생명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자연 재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기후가 인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함양해야 할 필수 역량은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력이다.기후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모든 활동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 특별히 현대인들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은 지구온난화라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후불제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경제 논리에 기초할 때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경제성의 원리를 함양하도록 하기 위해서 기후 소양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에서의 기후 소양 교육은 교양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제공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현대사회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교양인의 책임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양인들의 사회윤리적인 책임은 소비 억제와 재활용, 공유 경제 참여, 쓰레기 분리수거 실천, 화석연료 사용의 제한과 친환경 에너지 활용, 일회용품 사용 억제, 탄소발자국 관리, 로컬 푸드 애용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실천돼야 한다. 기후 소양 교육은 바로 이런 내용들에 대한 이해력을 증진시키고 인식을 개선시킨다.코로나 19로 인한 세계적 대유행 이후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기후 소양 교육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연구의 결론으로 다양한 수준에서의 기후 소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은 대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기후 소양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 현상, 영향과 같은 지적인 영역은 물론이고 기후변화의 완화를 위한 대응 노력과 관련된 이해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기후 소양 교육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윤리적 책임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젝트 학습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각 대학들이 프로젝트 학습을 통한 기후 소양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양 교육과정을 개편해 주기를 제안한다.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6680
20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