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인간과 동양하루살이의 공존
[김동건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 생태학]최근 들어 한강과 인접한 지역에서 동양하루살이가 대거 출몰한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빛에 모여드는 동양하루살이의 습성으로 시민이 야간에 일상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일부에서는 동양하루살이의 대량 출현을 기후변화에 따라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서 생겨난 미증유의 자연재해로 여기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중의 통상적인 인상과 달리 동양하루살이는 해마다 전국의 강과 하천의 특정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했다. 동양하루살이는 유충시기에 물에 서식하는 곤충이다. 중·하류지역 하천 바닥에 굴을 파고 서식하는 특성이 있다. 한강도 동양하루살이 유충의 최적 서식지 중 하나다. 팔당댐 하류지역인 남양주시와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서울 성동구뿐만 아니라 탄천이나 안양천과 같은 지류 하천에서도 많은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2000년대 초반부터 강동구, 성동구, 광진구, 남양주시 등에서 동양하루살이의 대량 출몰이 지속해서 문제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다시 말하면, 앞으로도 기후위기와 무관하게 동양하루살이가 해마다 우리 생활권역에 출몰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동양하루살이는 과연 박멸해야 할 해충일까?동양하루살이는 성충이 돼 물 밖에 나오는 순간 빛에 몰려드는 특성으로 야간에 주민과 상인에게 혐오감을 주고 이로 인해 이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 그 점에서만 보자면 해충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성충이 된 동양하루살이는 입이 퇴화돼 있어 먹이를 먹거나 사람을 물 수 없기에 질병을 옮기는 위생해충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동양하루살이의 유충이 물속에서 유기물질을 섭식하며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익충으로 분류할 여지가 크다.동양하루살이 대량 출몰지역의 지자체들은 다양한 방제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동양하루살이의 유충과 성충을 무분별하게 방제하게 되면 수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영양 단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생물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현세 인류가 존재하기 전에 완성된 동양하루살이의 생태적 특성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고 곧바로 해충으로 분류해 성급하게 박멸 대상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단선적인 사고다. 이는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설령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방제에 나선다 하더라도 동양하루살이의 박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령 대표적인 해충인 모기의 방제에 대한 연구와 그 시행이 오래전부터 전 지구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에도 모기의 완전한 박멸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을 뿐이다.오히려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모기예보제와 같이 동양하루살이의 발생시기와 개체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계별 행동수칙과 적절한 방제법 등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인간이 동양하루살이 서식 영역에 난입해 서식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와 같은 코페르니쿠스적 사고 전환에 바탕을 둬 양한 공생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헤럴드경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150395?sid=102
2024.01.10